이사철에 전·월세 들썩이는데…정부 정책이 기름붓나

  • 등록 2019-09-20 오전 4:00:00

    수정 2019-09-20 오전 4:00: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업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경계영 김기덕 기자] “전세 계약이 많아야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였는데, 추석 연휴를 전후해 전세물건 10건 가운데 일고여덟 건 꼴로 소진됐습니다. 전세물건이 귀해 반전세 혹은 월세 물건도 나가죠.” (서울 마포구 아현동 A공인중개사)

가을 이사철에 접어든 전·월세 시장이 들썩인다. 높아진 매매값을 따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덩달아 12주 연속(한국감정원 기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전셋값 상승 폭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면서 ‘로또 청약’을 기다리려는 수요가 많아진 상황에서 전월세 계약기간을 현재 기본 2년에서 최장 6년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추진키로 하면서 집주인이 집을 임대하지 않거나 전월세 임대료를 올릴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월세 찾는 사람이 더 많다

1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보다 0.3포인트 오른 144.6으로 2017년 10월 둘째 주 이후 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0~200을 범위로 한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전셋집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이후 100을 밑돌던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3월 들어 100을 넘어서 점차 오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B공인중개사는 “아파트를 산 다음 전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거주하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전세물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추석 연휴 직전부터 전세물건이 소진됐고 전셋값도 1억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실제 전셋값 오름세도 이어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새 0.04% 오르며 12주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실거래가격을 반영해 감정원이 만든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 역시 4월 0.56% 상승 반전한 이후 5월 0.90%→6월 0.95% 등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당장 세입자 보호하겠지만…”


이 같은 전셋값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 시행을 앞두고 청약가점을 높여야 하는 예비 청약자는 집을 사는 대신 전월셋집에 거주하려 한다. 수요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주택 전월세 임차 계약기간을 최장 6년까지 늘리도록 추진하는 계약갱신청구권도 전월셋집 공급과 임대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앞서 1989년 정부가 전세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의무 전세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직후 서울 전셋값은 23.7% 뛰었고 이듬해인 1990년에도 16.2% 급등했다. 직전 해 상승률이 7.3%인 점을 고려하면 세 배 넘게 오른 셈이다. 법무부는 1987년 전셋값 상승률이 각각 전국 19.4%, 서울 18.3% 기록하는 등 임대기간 연장 개정 전부터 폭등 현상이 이어져왔다며 1989·90년 전셋값 상승률이 임대기간 연장 개정에서 갑자기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월세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난 데 비해 공급이 줄어든다면 결국 전세보증금과 월세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시장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다주택자가 여러 규제에 공급을 줄일 수도 있고, 2년씩 나뉘어 올리려던 전월세 가격을 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다”며 “당장 세입자는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전월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말대로 1가구가 실거주할 주택 한 채만 보유한다면 전월세물건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전월세 공급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4년 계약으로 바뀐다해도 전월세 시장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에선 올해 3만6885채, 내년 4만3018채가 각각 입주할 예정으로 물량이 늘어 전월셋값 상승 압력이 높진 않다”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 전월세 계약 갱신 등 정부 정책이 수요자 심리에 영향 줄 만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일부 지역의 임대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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