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안에 CCTV가 없던 것도 모른 채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길 바랐다는 20대 여성 A씨는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처음 보는 남성에게 성희롱성 폭언을 들으며 흉기로 위협당한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는 A씨는 “2021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열차 안에 CCTV가 없는 게 말이 되냐”며 울컥한 마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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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데일리는 지난 25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향하는 1호선 급행열차 안에서 5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며 강제 추행하고 폭행한 뒤 달아난 사건을 26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사건 이후 A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때 너무 무서워서 제발 아무나 저를 구해주러 오길 간절히 바랐다”며 “하지만 도와주러 오는 사람은 없었고, 나중에야 사건이 발생한 열차 내부에 CCTV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A씨가 탔던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열차 1279량 중 단 80량에만 CCTV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2호선(97.7%)과 7호선(97.2%)는 CCTV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혼잡도와 범죄 사건이 많은 2호선과 7호선에 CCTV를 우선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내부에 CCTV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지하철은 폐쇄된 곳이라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데 CCTV라도 설치하면 초기 대처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 같다”며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사건 당시 피의자가 분명 성폭행하려고 흉기로 위협했는데 ‘성추행 느낌으로 때렸다’고 진술해 어이가 없다”며 CCTV 부재에 답답함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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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하루에 수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객실 내부에 CCTV가 없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매일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김모(23·여)씨는 “버스에도 CCTV가 있어서 당연히 지하철에도 CCTV가 설치돼 있는 줄 알았다”며 “특히 지하철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데 CCTV가 설치돼서 조금이라도 안심하며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지하철에 CCTV가 없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이모(28·남)씨는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지하철 내부에 CCTV가 없냐”며 “외부에서만 범죄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특히 지하철 몰래카메라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CCTV가 없으면 경찰이 범인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CCTV가 있으면 화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 작은 단서라도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다”며 CCTV 부재에 따른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접근성이 좋아 일상생활 공간보다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한다”며 “물론 CCTV를 설치하면 범죄 예방에 도움은 되겠지만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있으니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