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징후나 징조를 뜻하는 말이다. 스포츠 세계에는 유독 징크스가 많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시즌이면 ‘펠레의 저주’가 되풀이된다. 비록 깨지기는 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나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도 유명한 사례다. 마이클 조던이나 서장훈의 이른바 ‘반바지 징크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SK왕조 시절 연승을 거둘 때 수염을 깎지 않았다. 반대로 야구 한일전 때 ‘약속의 8회’는 기분좋은 징크스였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특히 87년 대선 이후 7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수많은 징크스들이 생겨났다. 물론 징크스도 수명을 다하면 깨지기도 한다. 다만 5대 징크스는 아직까지 강력하게 작동중이다. 여야의 수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징크스 타파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총리 불가론 △정권교체 10년 주기설 △동일 당명 재집권 불가론 △서울대 법대 불가론 △경기지사 필패론 등이 대표적이다.
10년 주기설은 여야 정권교체가 보수·진보를 넘나들며 10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속설이다. 노태우(87년 대선)·김영삼(92년 대선)→김대중(97년 대선)·노무현(2002년 대선)→이명박(2007년 대선)·박근혜(2012년대선)→문재인(2017년 대선) 대통령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 과정에서 동일 당명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도 없었다. 민정당→민자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한나라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의 순으로 당명은 모두 바뀌었다.
서울대 법대의 과거 위상은 ‘넘사벽’이었다. 한국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다. 이상하게도 대선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97년·2002년 대선에 나섰던 이회창 전 총재는 각각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고졸신화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같은 대선에 나섰던 이인제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도 수난사가 이어졌다. 이낙연 전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대권을 노크했지만 떨어졌다. 차기 대선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윤 후보가 승리하면 징크스는 무너진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대선 5대 징크스는 깨진다.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경기지사 필패론뿐만 아니라 ‘동일 당명 재집권 불가론’을 깨뜨리게 된다. 반대로 윤 후보가 승리하면 서울대 법대 불가론뿐만 아니라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을 무너뜨리게 된다. 반면 극도로 희박한 가능성에도 여야의 후보교체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경기지사 필패론’이나 ‘서울대 법대 불가론’이라는 징크스 중 하나는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