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뇌관' 재건축]강남 재건축 붐에 무릎 꿇은 8.2대책

서울시 무분별한 재건축 허용에
文정부 부동산 대책 약발 다했나
아파트값 상승 뇌관 우려 커져
  • 등록 2017-10-17 오전 5:30:00

    수정 2017-10-17 오전 8:30:01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40대 초반의 직장인 최용득(가명)씨는 4살 때인 1978년 새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로 이사해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마치고 30대까지 살았다. 최씨는 유년시절 서울에서 보기 드문 고층(15층) 아파트가 우리집이라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다고 추억했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아파트 단지 곳곳이 낡고 노후한 모습을 보며 재건축 첫 삽을 뜰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거대한 ‘재건축 바다’로 변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강남권은 온통 재건축 물결로 출렁이는 모습이다. 강남 진입 수요가 넘쳐나는데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까지 겹쳐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축 인허가를 내주는 서울시의 무분별한 재건축 허용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단계인 재건축 사업장은 81곳, 총 7만 6339가구에 달한다. ‘추진위 설립-조합설립-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 등 사업 단계별로 계단식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재건축 단지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강남 재건축 사업이 향후 집값을 끌어올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배경에도 강남발 재건축 투자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한 달간 하락하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9월 둘째 주 0.11% 오르면 상승 전환한 이후 4주 연속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36% 올라 일반아파트(0.16%)에 비해 2배 이상 뛰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심리적 패닉에서 벗어나며 가격이 재상승한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려는 사업 속도전, 건설사의 과도한 수주전, 수요자들의 청약 선호 현상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재건축 바람은 전체 주택시장의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반포·잠원지구와 잠실지구의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아파트 재건축 붐이 강남구 도곡·대치동에서 반포·잠실동 일대로 옮겨지는 양상이다. 대표 사례가 잠실주공5단지 매맷값 급등세다. 이 단지는 지난달 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최고 50층 건립 허용을 계기로 아파트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 시세 자료를 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77㎡형 매맷값은 8·2 대책 발표로 14억 55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50층 재건축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직후 14억 7000만원으로 반등했고, 지난 13일 기준 15억 3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총 사업비 10조원 규모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이슈는 집값 상승세를 주변 일반아파트 단지로까지 옮겨붙게 했다. 인근 ‘반포 자이’ 전용 132㎡형은 최근 23억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22억 5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치 않고 재건축 인허가를 내준 것이 8·2 대책의 영향력을 희석시킨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서울시가 첫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이후 7개월 만에 잠실주공5단지 최고 50층 재건축 계획안을 허용했는데 8·2 대책 효과를 감안했다면 올 연말로 결정 시기를 미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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