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투쟁, 안에선 흔들리는 한국GM 노조…분열조짐까지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 노조 안팎으로 여론 조성
'군산공장 폐쇄 철회→고용보장' 주장 수위 낮아져
집행부 명분 살리기 위해 강경투쟁은 지속할 듯
  • 등록 2018-04-17 오전 5:02:56

    수정 2018-04-17 오전 7:28:23

한국GM 노동조합원들이 9일 오후 3시경 청와대 앞에 모여 노숙투쟁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생사기로에 선 한국GM이 회생의 길로 가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제8차 임금 및 단체협약(교섭)마저 결렬로 끝이 나면서, 법정관리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회사와의 협력에 끝까지 어깃장을 놓고 투쟁노선을 주창하는 노동조합 집행부와 달리 내부에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법정관리 직전 분열 움직임을 나타냈던 것처럼 한국GM 노조 역시 ‘회사를 살리고 보자’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경우 찬반투표 양상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명분 앞세우는 노조 집행부..반대 여론에 ‘흔들’

16일 한국GM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부평공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임단협 교섭은 노사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번 교섭을 앞두고 노조 내부에선 회사의 법정관리행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섞인 목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집행부는 결국 오전 10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조합원들에게 사측이 밟고 있는 법정관리 절차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한국GM 노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선 회사가 법정관리까지 가게끔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노조원들은 금호타이어 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찬반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조 집행부 역시 속으론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며 “투쟁 명분을 세우면서도 단순히 법정관리행 때문이 아니라 노조원들의 의견에 따라 합의점을 찾는 것이라는 대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노조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GM 노조 내에선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고 남아 있는 군산공장 직원 680명에 대한 의견 차이가 격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현재 교섭에 있어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군산공장 직원 680명의 고용보장(전환배치)’라는 상반된 주장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교섭이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일부 노조원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식 석상에서 군산공장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니까 공장 폐쇄 철회라는 막무가내식 투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폐쇄 결정 이전부터 군산공장에선 이미 전환배치를 계획에 두고 노조 내부 논의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 철회 카드만 거둬들인다면, 교섭은 의외로 급물살을 타고 잠정합의안 도출로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국GM 노사교섭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노조 내 분열 분위기는 법정관리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존재했다.

실제 지난 3월26일 4명의 전직 위원장 및 지부장들이 금감원 앞에서 48시간 노숙철야투쟁과 1인시위를 진행했을 당시 SNS 대의원 단체방에는 “그간 집회 때 낯짝 한번 내밀지 않았던 X들이”, “쓰레기 같은 새X들, 이 새X들부터 어떻게 처리 좀 해야 하는데” 등 수위 높은 글들이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임단투속보를 통해 ‘함께 투쟁해야 할 시기, 단결을 저해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고, 이를 통해 “생산현장의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려서 표현해야 한다. 특히 노조 간부라면 더욱 그러하다”라고 비판 세력을 억제한 바 있다.

◇법정관리 D-3…노조 강경투쟁은 계속


이러한 분열 조짐과 노조 내 법정관리에 대한 불안감 조성 분위기를 뒤로 하고 노조는 그동안의 강경투쟁 일정을 앞으로도 지속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 임단협 교섭이 원활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금속노조와 함께 투쟁 방향을 논의해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청와대 및 미 대사관 앞에서 상경투쟁을 하는 것을 비롯해 출근 선전전 확대간부 릴레이 철야농성(매일·부평공장), 18일 ‘한국GM 먹튀협박 분쇄, 총고용 보장’ 금속노조결의대회(부평공장 정문)와 대시민 선전전(부평역, 갈산역, 주안역 등 부근), 24일 금속노조 중집 부평공장 1박2일 노숙투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17일 노동쟁의 신청 결과에 따라 파업권을 획득할 경우에는 총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앞서 한국GM 노조는 소속된 금속노조 아래 통일요구 쟁취를 위해 오는 7월과 9월에 두 차례 총파업 상경투쟁을 결의한 바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