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좀비 기업’만 늘린 정부 주도 구조조정

  • 등록 2019-04-26 오전 6:00:00

    수정 2019-04-26 오전 6:00:00

정부가 조선·해운·철강 등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구조조정 작업이 되레 한계기업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022개 상장사 중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에 머문 기업이 모두 293개에 달해 구조조정 전(2012~2014년)의 258개보다 35개(13.6%) 늘어났다는 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결과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은행 이자도 갚을 수 없다는 뜻이며, 이 수치가 3년 연속 계속되면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지난 3년 6개월간 추진했던 산업별 구조조정이 헛수고였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당 업체마다 수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는 얘기다. 조선업의 경우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이 2014년 34.6%이었지만 2018년에는 48.2%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해운은 15.6%에서 25.0%로, 철강·금속·광물은 12.8%에서 15.3%로 뛰었다.

산업은행을 앞세운 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계기업만 늘린 사례는 개별 기업으로 눈길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6조원대 자금이 투입된 현대상선은 이자보상배율이 8년 연속 마이너스이고, 한진중공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추락한 끝에 채권단이 지난 2월 68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서 문 닫을 위기를 겨우 넘겼다. 특히 조선업종의 경우 선박 수주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과 원자재 비용이 늘어나는 고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이 헛바퀴 돈 이유를 정확히 따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의 기술력과 잔존가치 등이 우선돼야 할 구조조정에서 지역 여론 등 온정주의적 결정이 앞선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기업과 임직원들의 자구 노력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구조조정에 투입되는 자금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다. 정부는 기업과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율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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