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달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헬멧 블랙박스에 촬영된 것은 초상권 침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블랙박스가 촬영하는 특정인의 영상은 초상권을 갖고 초상권 소유자는 사전에 촬영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상권을 가진 이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촬영하면 자체로서 권리 침해다. 권리를 침해해 수집한 영상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해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촬영물을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고 일단 `찍히는 줄 모르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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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레깅스 입은 여성을 촬영한 게 성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한 대법원이 유죄로 판결한 것은 상기할 만하다”며 “이 사건은 어떤 대상을 찍었느냐보다, 몰래 찍었다는 게 유죄의 근거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인식 불가능`한 상태에서 `내밀한` 영역을 `촬영`하는 게 헬멧 블랙박스가 부를 분쟁의 3대 요소로 꼽힌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런 촬영이 자체로서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 이유는 영상의 공표와 유통, 소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보관만 하려는 목적으로 촬영했다는 항변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