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탁상공론' 해외자원개발, 영혼 없는 공무원

"현장 찾아가고 정책 일관성 있는 장기 플랜 세워야"
  • 등록 2016-05-30 오전 6:06:06

    수정 2016-05-30 오전 6:06:06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최근 고위공무원분들이 여기에 오신 적은 없습니다.” 지난주 미얀마·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만난 해외자원개발 현장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정부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고위직의 현장 방문이 뚝 끊겼다는 얘기였다. 불과 몇년 만에 정책 기조도 바뀌었다. 산업부는 내달 통폐합 등을 골자로 한 해외자원개발 구조조정안을 확정한다.

불과 몇년 만에 정책이 춤을 추다 보니 장기 플랜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일 산업부가 공개한 해외자원개발 연구용역 결과는 단기적 비용절감 방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간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든다고 공언해 놓고 기술력 확보, 인력 양성 방식 등 구체적인 장기 플랜은 쏙 빠졌다. 이러다가는 인공지능(AI)처럼 해외에서 대박이 난 뒤에야 ‘뒷북 정책’을 내놓는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만들었던 공무원들은 입장을 싹 바꿨다. 최근 고위공무원들을 만나 보면 “공기업들이 수년간 혈세를 낭비했다”면서 비분강개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공기업들이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당시 공무원들이 만든 정책 결과였다.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정책에 개입했던 공무원들 중 소신 있게 정책 필요성을 주장하는 공무원들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서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반발이 극심한 것이다.

11년간 현지에서 해외자원개발을 해온 일본 미쓰비시의 한 임원은 “한국과 일본이 자원빈국으로 같은 상황인데 정책은 다르게 가고 있다”며 “일본은 민주당이 집권해도 해외자원개발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됐다”고 말했다. 저유가에도 미얀마·인도네시아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포스코대우, 가스공사 측은 정부의 초기재정 지원과 20년 이상 꾸준한 사업 추진 등이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혈세 낭비 논란이 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제대로 구조조정하려면 정부부터 판을 다시 짜야 한다. 탁상공론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위직부터 현장을 찾아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사업 플랜을 짜서 업계를 설득해야 한다. 이제라도 소신 있는 공직자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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