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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서비스가 오피스 임차시장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오피스 임차인 유치전에서 초기 몇 달은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 혜택은 이제 널리 퍼져 새롭지도 않다. 요즘은 입주사 임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 제공은 물론 업무 및 생활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도 아끼지 않는다. 오피스 임대인들이 입주사를 ‘세입자’가 아닌 ‘고객’으로 모시며 최고급 업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임차인 모시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에선 입주사가 늘면서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이 줄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세입자가 아닌 고객으로…입주사 선점 경쟁
한컴 관계자는 “과거에는 임대사업이 단순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면 앞으로의 임대사업 성패는 임차인들의 만족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며 “입주사들이 한국빌딩에 자리 잡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더욱 다양화하고 질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계한국빌딩 입주사 직원 유모(38) 씨는 “이전에는 손님들이 와도 회사 내 만날 공간이 없어 인근 카페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될뿐더러 손님 역시 회사가 좋다며 감탄해 우쭐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서울에서는 33개 동, 110만 2200㎡ 규모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4.3%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 평균 공급량 97만3500㎡보다도 많다. 오피스 임대 전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임덕순 프론트레인지 대표는 “임차 수요는 제한된 상황에서 공급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기존 오피스 임대인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임차인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 속 임차인 유치 경쟁 더 치열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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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들어선 ‘파르나스타워’는 입주사 모집 6개월 만에 공실이 절반 이상 채워졌다. 주요 입주사는 CJ E&M 등 국내 대기업과 어도비 시스템·라이엇 게임즈 등 외국계 IT 기업들이다.
업계는 ‘럭셔리 비즈니스’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고 보고 있다. 파르나스타워는 고객 1대 1 맞춤 서비스인 컨시어지 서비스, 의전, 주차관리 등을 입주사에 제공하고 있다. 또 건물 5층에는 세미나나 비즈니스 미팅에 활용할 수 있는 4개의 중소 연회장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그랜드 인턴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연회판촉팀이 직접 관리한다.
내달 개장을 앞둔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14층~38층에는 오피스가 들어서는 데, 최상부 10여층을 제외하고는 이미 입주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3.3㎡당 월 12만~13만원이라는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오피스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며 일본계 패션기업 ‘데상트’ 등 외국계 기업이 입주를 결정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의 박인섭 리서치팀 차장은 “조선호텔과 협약을 맺어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한 ‘스테이트타워 남산’은 광화문 일대 빌딩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지에도 BMW·법무법인 세종 등을 유치하며 서울 최고급 빌딩으로 등극했다”며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고급화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