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법관 출신 '시골판사'가 당한 봉변

  • 등록 2018-09-12 오전 6:00:00

    수정 2018-09-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거액이 보장되는 로펌행을 포기하고 이른바 ‘시골판사’를 선택해 감동을 안겨준 박보영(57) 전 대법관이 첫 출근날 봉변을 당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약 40명은 11일 오전 8시부터 전남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법관에게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1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여수시까지 찾아가 박 전 대법관에게 항의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 등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소개한 사실이 드러난 때문이다.

이날 법원 앞은 박 전 대법관을 직접 만나려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법원 경호원 등이 한데 뒤엉켜 몸싸움을 벌여 아수라장이었다.

양승태 사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에서 청와대와 논의를 거쳐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했다. 국민 혈세인 공보비를 불법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법원장 등 고위법관에게 쓰라고 뿌렸다. 차관급인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대법원 재판기록 수백건을 무단 반출한 데 이어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 이를 모두 파기해버렸다. 명백한 증거인멸이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불신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박 전 대법관에 대한 쌍용차 해고자들의 항의는 법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지 보여준 단적인 예다.

하지만 사법농단과 별개로 판사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할 수 없다.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은 당시 대법원 민사3부에서 박보영·권순일· 민일영·김신 대법관이 합의해 판결을 내렸다. 대법관 4명이 모의해 재판 결과를 왜곡하는데 동참했다고 의심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양승태 사법부가 이 재판을 국정협력 사례로 소개했지만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개입한 정황은 없다. 국정협력 사례로 소개한 법원행정처 문서는 쌍용차 대법원 판결 1년 후에 작성됐다. 재판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성과를 포장했다고 보는게 보다 합리적이다.

판결에 대한 불신은 법원이 자초했다. 하지만 판사 개개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을 왜곡하려는 또다른 사법농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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