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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간 내홍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취소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 이주비 문제가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일정이 확 틀어지면서 ‘이주비 없는 이사’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 집주인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당초 조합 측이 이주 개시 시점으로 정했던 오는 10월 이후에는 꼬인 이사 일정으로 단지 내 ‘불 꺼진 빈집’이 수백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주 취소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 예정인 주민 ‘좌불안석’…계약금 포기자 나올 수도
반포 주공 1단지는 기존 5층 이하 2120가구에서 재건축 사업 완료 후 최고 35층, 5388가구(예상치)로 탈바꿈한다.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반포동 내 노른자 입지인데다 저층에 일반분양분이 많아 사업성도 좋은 편이다. 당초 올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를 마치고, 내년 10월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신청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며 사업이 멈춰섰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 주공1단지에는 장기 거주자들이 많아 대부분 동네에서 집을 구하는 편인데, 주변 신축 아파트 전세가 전용면적 84㎡짜리 기준 최소 10억원 이상”이라며 “이미 계약금 1억원 정도를 낸 사람들은 이주비를 못받게 돼 나머지 잔금을 치루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집주인들이 기존 주택 전세를 놓더라도 여기는 3~4억원 밖에 안돼 감당이 안된다”며 “그렇다고 현금 8~9억원 이상 들고 있는 사람도 드물어 극단적인 경우 계약금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 문제가 당장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조합 측에서는 법원의 관리처분인가 취소 결정으로 전체 조합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을 조합원에서 제명하는 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이 장기화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관리처분인가 취소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되면 가구당 부담금이 최소 10억원은 될 것”이라며 “제명 총회를 열어 그들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소송 등 ‘산넘어 산’… 이주비 지급도 확정 못해
당장 관리처분인가 관련한 소송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주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조합원들은 ‘무상 이자 이주비 5억원+건설사 보증 추가 대출 20%(종전감정평가액 대비)’를 주장하고 있지만, 조합 측은 주택 감정가의 40%를 주장하고 있다. 대출을 실행할 은행권도 LH와 땅 다툼 등 각종 소송 리스크에 대출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조합원은 추가 담보 대출은 물론 이주비 대출이 막혔다. 만약 반포주공1단지 관리처분신청 당시 ‘1+1 주택’을 신청하고 추가로 1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주택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고, 준공 후 2년 내 1개 주택을 처분한다는 약정서를 작성해야 조건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9·13 대책 이후 신규 주택을 매수한 경우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반포주공1단지 한 주민은 “2017년 당시 관리처분 인가 신청시 1+1을 신청한 조합원은 1296명에서 올 1월 기준 1151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조합원(2293명)의 절반에 달한다”며 “만약 이주가 가능해지더라도 현대건설 측이 약속했던 대로 무상 대여 이사비 5억원과 추가 이주비 20%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반포동 인근 A은행 대출담당 관계자는 “소송으로 이주가 전격 취소되기 이전인 7~8월께 조합 측 집행부와 이주비 대출 관련 협의는 진행했지만 당시에도 실행여부는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며 “이주가 다시 가능해진다고 해도 추가 소송 등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