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의 이슈Law]DLS 사태, 판매자 책임은 어디까지

  • 등록 2019-09-20 오전 5:00:00

    수정 2019-09-20 오전 5:00:00

오늘도 무수히 많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슈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 이슈 대부분은 법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법적인 식견을 가진 이들이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가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경우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법무법인 주원에서 파트너변호사로 일하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제2교육이사로도 재직 중인 정재욱 변호사의 시각을 통해 이슈들을 들여다보는 `정재욱의 이슈로(IssueLaw)`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다양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고전하고 있는 한국경제에서 DLS·DLF 사태가 투자자들의 남은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세계 경기 악화로 독일, 영국, 미국 등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DLS·DLF 상품 투자자들은 100% 원금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예상금액만 455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 증권사 등에서 원금손실 가능성, 투자 위험성을 충분하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DLS? DLF?

DLS는 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말 그대로 파생결합증권을 의미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인데, 구체적으로는 독일 국채 금리, 영국이나 미국 CMS 금리와 연계한 상품들이다. 예컨대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의 경우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 ~ 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 초과 하락 때 마다 원금의 20%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즉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7%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원금 100%를 잃게 된다.

DLF는 Derivatives Linked Funds의 약자로 파생결합펀드를 의미한다. 시중은행에서는 증권을 직접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상품을 신탁이나 펀드의 형태로 판매하는데, DLF도 DLS를 은행에서 팔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DLS든 DLF든 판매 경로 등만 차이가 있을 뿐 상품의 내용이나 위험성은 크게 차이가 없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의 99%는 DLF다.

금융투자상품, 가능성이 낮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존재

법적으로 DLS·DLF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을 다소 복잡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투자성(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이라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의 경우에도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일 뿐이지, 일단 마이너스가 되면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 실제 세계 경기 둔화,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여파로 지난 16일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0.51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9일 첫 만기가 돌아온 우리은행 독일 금리 연계 DLF의 손실액이 원금의 60%로 확정되는 등 손실 발생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투자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판매

일반인들이 금융투자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반면, 예금과는 달리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을 취급,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금융투자업자가 투자를 권유할 때에도 각종 원칙들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은 일정한 자격이 있는 자(금융투자업자)에게만 금융투자상품을 매매, 중개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투자업자로 하여금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설명의무,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 부당권유 금지 원칙 등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번 DLF는 금융투자상품 잔고 1억원 이상인 적격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판매 가능한 전문사모집합투자상품이므로 적정성의 원칙 및 적합성의 원칙은 고객이 원하는 경우 생략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원본손실 가능성, 수수료, 조기 상환조건, 해제 및 해지 등에 관하여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하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거짓, 왜곡하여 설명하거나 주요사항을 누락하여서는 아니 된다(자본시장법 제47조, 제48조). 만약 금융투자업자가 이러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반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자업자는 투자권유를 할 때 거짓의 내용을 말하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 있는 내용을 알리는 등의 행위(이를 부당권유행위라 한다)를 해서는 아니 된다(자본시장법 제49조). 예를 들어 손실보전각서를 이용해서 투자권유를 하거나,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단정적 판단으로 투자권유를 한 경우 등의 경우 판매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이번 사태도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한 시중은행 DLF 홍보물에 원금 손실 확률이 0%라는 내용과 2000년 이후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 최저금리(-0.186%)가 펀드의 행사 가격(-0.2%)보다 낮은 적이 없었다는 내용이 명기되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다른 시중 은행의 홍보물에는 모의 실험 결과 조기 상환될 확률이 100%라는 부분만을 강조하였다고 하기도 하며, 심지어 한 은행 직원은 고객에게 원금을 다 잃을 수도 있는 경우임을 알려주지 않고 판매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펙트 체크는 엄밀하게 해봐야 겠지만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DLS·DLF 사태도 불완전판매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은행이나 증권사가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더 나아가 부당한 권유행위(불확실한 사항에 대한 단정적 판단 제공)를 한 것으로 인정되어,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키코 사태 때와는 달리 대부분의 투자자가 개인이어서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기업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한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불완전판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판매자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안전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예금자보호법 상 보호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사태가 터지면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문제가 된 DLS의 경우에도 일정구간 내에서는 투자자가 수익을 얻지만 그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을 계속 잃으며 결국 다 잃고 떠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품을 취급, 판매하도록 허용한 것의 대전제는 그 만큼 판매자가 상품의 내용을 충실하고 충분하게 설명하고 거짓되거나 과장된 사항을 기초로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 것에 있다. 실적 확보를 위해 이러한 의무를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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