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실로 찾아온 '연진이'…피해학생은 목숨을 던졌다[사사건건]

경북 경산 학교폭력 사건…피해자 극단선택 후 수사
"거의 매일 때렸다"…수시로 폭행하고 금품 갈취까지
교사들 미온적 대처…괴롭힘 재개 직후 피해자 사망
이례적 '법정구속'…학폭 다수 소년처분이나 '집유'
  • 등록 2023-02-08 오전 6:55:00

    수정 2023-02-08 오전 9:33:1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20년 7월 경북 경산에서 고등학교 3학년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 사망 이후 같은 학교 친구들은 용기를 내어 “A군이 오래전부터 같은 학교 B군, C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알리기 시작했다.

학교 친구들이 목격한 A군에 대한 B군과 C군의 폭력과 괴롭힘은 악질적이고 집요했다. 특히 A군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B군의 괴롭힘은 피해자와 같은 반이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1년 6개월 동안이나 계속됐다.

수시로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방법으로 폭행을 가했고, 발로 피해자 복부를 걷어차기도 했다. 피해자와 마주 보는 상황에서 어깨로 피해자의 어깨를 강하게 부딪히는, 소위 ‘어깨빵’을 가하거나, 주먹으로 피해자의 팔뚝 등으로 수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피해자 목을 감아 조르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 (사진=넷플릭스)
피해자 A군, 가해자 B군과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은 “거의 매일 피해자 뒤통수나 등을 때린 것으로 알고 있다. 강도가 약한 것이 아니라 정도가 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폭행을 넘어 금품을 갈취하기도 했다. ‘빌려달라’, ‘매점에 간다’, ‘버스비가 없다’며 수시로 피해자로부터 1000~3000원을 뜯어갔다. 돈을 주지 않으면 때릴 것처럼 겁박하기도 했다. B군은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A군이 집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며 자위를 한다”는 취지의 거짓말로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기도 했다.

교사들, 가해자들에게 경고만…이후에도 괴롭힘 지속

같은 반의 C군은 피해자를 수시로 괴롭혔다. C군은 교실에서 배구 연습을 한다면 피해자 주변에서 인형이나 배구공을 주고받다가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맞추는 방식으로 괴롭혔고, 손이나 주먹으로 피해자의 직접 때리기도 했다.

교사들도 B군과 C군의 괴롭힘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미온적 대처에 그쳤다. 괴롭힘을 목격한 교사가 가해 학생들을 불러 “너희들은 장난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장난이라고 하기엔 과해 보인다. 학교 폭력이니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이 교사는 담임교사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담임교사는 2019년 9월 “다른 사람 눈에는 그런 행동이 괴롭힘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만 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경고에도 B군과 C군의 학교폭력은 계속됐다.

A군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며 B군, C군과 다른 반이 돼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B군은 3학년에 올라간 후인 2020년 7월 초 A군 교실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B군은 다른 반이 됐음에도 피해자 교실에 찾아가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피해자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B군은 같은 달 초중반에도 피해자 교실을 찾아와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깨웠다. 다른 친구가 ‘그냥 놔두라’고 말리자, B군은 “나 애랑 친하다”며 갑자기 피해자의 머리를 때리고 교실밖을 나갔다. 이처럼 B군의 폭행이 다시 시작되고 얼마 후인 7월 중하순,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학생 사망 후 B군과 C군은 가해자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다. 주된 가해자로 지목된 B군의 경우 2학년 때의 폭행은 대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사망 직전의 폭행에 대해선 부인했다. C군의 경우 더 뻔뻔했다. 그는 “전 오히려 피해자를 친구로서 보살펴 주고 챙겨줬다. 일부 장난이 있었지만 피해자도 용인하는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法 “괴롭힘과 피해자 자살 무관치 않다”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중차대한 결과가 초래됐기에 B군과 C군은 모두 정식재판에 넘겨졌다. B군에겐 상습공갈, 상습폭행,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고, C군에겐 폭행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법정에서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폭행을 목격한 다른 학생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다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B군과 C군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법원은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범행의 내용이나 수법, 결과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B군과 C군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학교 내에서 자신들보다 체격이 왜소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잘 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폭력 등을 행사했다”며 “피해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피해자의 자살과 피고인 행위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항소했다. B군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한 반면, C군은 여전히 폭행 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특히 C군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기존처럼 ‘장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심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일축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학교 폭력으로선 이례적인 처벌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학교 폭력 사건의 경우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보호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년법은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 이후라도 ‘동기와 죄질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식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실형 선고는 매우 드물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학생 사망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학생 사이에서 발생한 상해나 공갈 사건의 상당수는 소년보호사건으로 분류되고, 사안이 엄중한 경우엔 형사재판을 넘겨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라며 “소년범죄에 대해 처벌보다는 교정에 목적으로 두는 소년법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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