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리베이트 뿌리 뽑자고 불신 조장하는 제약協

  • 등록 2015-03-04 오전 3:00:00

    수정 2015-03-04 오전 3: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가 최근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기발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제약협회는 올해부터 이사회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리베이트 의심 업체 명단을 제출받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사회에는 이사장(1곳), 부이사장(10곳), 이사(39곳) 등 50개 업체가 소속돼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사회 소속 CEO는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무기명으로 리베이트 의심 업체 명단을 적어 봉투에 담아 협회에 제출한다. 제약협회 회장은 리베이트 의심 업체로 많이 거론된 제약사 CEO에 전화를 걸어 경고를 내린다. 경고를 받은 제약사가 추후 리베이트 사건이 적발되면 제약협회 차원에서 가중처벌을 탄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사회는 매년 3~5회 열린다.

윤리경영정착과 자율준수 환경조성을 위해 제약협회가 꺼낸 고육책이다. 정기적으로 무기명 제보를 통해 리베이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우선 이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리베이트 의심 명단 제출부터 제약협회장의 경고까지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특히 접수된 리베이트 의심 업체 명단은 제약협회 회장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제약사 CEO들이 적어내는 리베이트 의심 업체에 대한 검증 절차도 없다. 단지 추측만으로 경쟁사를 밀고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 것 뿐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온갖 음해성 제보가 난무할 공산이 크다. 제약협회장의 경고를 받은 업체가 지난 과오를 수긍하고 반성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사회 소속 50개 업체에만 무기명 투표할 자격을 주는 것도 논란이다. 제약협회 소속 제약사는 총 213개사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불법 행위는 어떻게 대응할지도 대책이 없다.

특히 제약협회 이사회 멤버가 리베이트 업체를 고발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적발된 리베이트 제약사는 대부분 이사회 소속 상위제약사들이다. 제약협회는 그동안 리베이트로 물의를 일으킨 업체를 이사회에서 방출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이사회에 소속되지 않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만과 원성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위 제약사들이 최근 실적이 좋은 중소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꼼수”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차라리 제약사의 고객들인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제공 명단 제출을 요구하자”는 비판도 나온다.

제약협회는 제약사의 복리증진과 권익옹호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이익단체다. 협회는 그동안 약가 인하와 같은 정부 정책에 번번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해왔다.

한 중소제약사 대표는 “정부 상대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해달라고 적잖은 회비를 내고 있는데, 정작 책임은 외면한채 업계의 불신만 조장하고 있어 한심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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