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는 올해부터 이사회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리베이트 의심 업체 명단을 제출받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사회에는 이사장(1곳), 부이사장(10곳), 이사(39곳) 등 50개 업체가 소속돼있다.
윤리경영정착과 자율준수 환경조성을 위해 제약협회가 꺼낸 고육책이다. 정기적으로 무기명 제보를 통해 리베이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다.
제약사 CEO들이 적어내는 리베이트 의심 업체에 대한 검증 절차도 없다. 단지 추측만으로 경쟁사를 밀고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 것 뿐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온갖 음해성 제보가 난무할 공산이 크다. 제약협회장의 경고를 받은 업체가 지난 과오를 수긍하고 반성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사회 소속 50개 업체에만 무기명 투표할 자격을 주는 것도 논란이다. 제약협회 소속 제약사는 총 213개사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불법 행위는 어떻게 대응할지도 대책이 없다.
특히 제약협회 이사회 멤버가 리베이트 업체를 고발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적발된 리베이트 제약사는 대부분 이사회 소속 상위제약사들이다. 제약협회는 그동안 리베이트로 물의를 일으킨 업체를 이사회에서 방출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이사회에 소속되지 않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만과 원성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위 제약사들이 최근 실적이 좋은 중소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꼼수”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차라리 제약사의 고객들인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제공 명단 제출을 요구하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중소제약사 대표는 “정부 상대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해달라고 적잖은 회비를 내고 있는데, 정작 책임은 외면한채 업계의 불신만 조장하고 있어 한심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