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에는 즉각 추가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돈줄 막힌 서울…1기 신도시로 눈돌리는 수요자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대책 여파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 주(8월 셋째주)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집값은 한 주간 0.09% 올랐다. 같은 기간 광교 등 수도권 2기 신도시(0.03%)와 서울의 집값 상승률(0.03%)을 세 배 웃도는 수준이다. 1990년대 초반 입주해 ‘오래된’ 신도시로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뒤처졌던 1기 신도시의 이 같은 집값 강세는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서울 주택시장을 옥죈 데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렇다고 청약을 통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100%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 가족 수가 적은 3040세대 실수요자들은 가점을 통해 분양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서울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서울과 가깝고 기반시설도 잘 갖춰졌지만 규제에서는 비켜나 있는 곳으로 수요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수도권 1기 신도시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30㎞ 이상 거리에 조성된 2기 신도시와 달리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도심 내 20㎞ 이내에 자리하고 있어 입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남 가까운 분당·평촌 집값 상승세 뚜렷
1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집값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곳은 강남 접근성이 좋고 교통 호재(GTX 성남역 2022년 개통 예정)와 정비사업(재건축·리모델링) 등으로 향후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분당이다.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은 지난 한 주 새 서울의 5배를 웃도는 0.16% 상승했다. 지난달 7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분당 이매동 선경아파트 전용 83㎡형은 대책 이후에도 5000만원 오르며 8억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긴 하지만 매수 대기자가 많다 보니 호가는 오히려 이전 최고 거래가보다 5000만~6000만원 올랐다”며 “실제 거주한 뒤 시세가 오르면 매도할 목적으로 분당 내에서 뿐 아니라 강남 등 서울 전역에서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책이 남아 있는 만큼 투자 목적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한 만큼 1기 신도시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단기 투자 목적으로 매수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