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지능범 증가로 국과수 업무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지원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행자부)는 국과수 지방 이전 계획이 마무리된 만큼 지원 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과수는 작년 12월 본원을 서울에서 원주로 옮겼다. 반면 국과수는 유병언 사건 이후 업무가 폭증, 직원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력 충원과 예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국과수 연도별 감정통계 현황에 따르면 시체 부검·유전자 분석·교통사고 등 감정 건수는 2010년 27만6614건에서 지난해 33만5009건으로 3년 새 21.1%(5만8395건) 늘었다. 이처럼 업무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 지원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행자부가 배정한 내년 국과수 전체 예산은 456억7400만원으로 올해보다 14억7400만원 줄었다.
국과수는 ‘만성 인력 부족’ 상태다. 지난해 법의관 23명이 시체를 부검하거나 검안한 건수는 총 5251건이다. 1인당 228건을 처리한 셈이다. 행자부가 정한 법의관 적정 부검건수(130건)를 75%나 웃돈다.
유전자 분석 건수도 해마다 늘어 2010년 9만1235건에서 작년 11만4611건으로 3년 새 25.6%(2만3376건) 증가했다. 유전자 분석관은 현재 68명으로 1인당 연간 1685건을 처리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최근 국과수 인력 충원을 위한 내부계획을 마련했다”며 “감정인력 10명·지원인력 1명 등 총 11명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행자부 인력 충원계획은 ‘증원’이 아닌 ‘결원’ 보충이어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과수 정원은 351명이나 현재 인원은 340명으로 정원보다 11명이 적다. 과도한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잇따라 퇴사한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유병언 사건 이후 부검도 늘고, 유전자 분석에 대한 요청도 늘면서 감정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처럼 감정인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구 20만명당 1명꼴로 법의관을 두고, 연간 부검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과수가 한국판 ‘CSI’(과학수사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행자부에서 벗어나 경찰청으로 소속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경찰조직이 거대해지는 것을 경계한 검찰 때문에 검·경찰 이해관계에 따라 국과수가 행자부 산하기관이 됐다”며 “국과수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경찰청 소속이나 경찰지원부서로 두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