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중잣대 "회원 탈퇴는 PC만 된다고 전해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멜론이나 티빙 같은 인터넷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임현정(29) 씨. 하지만 임 씨는 멜론·티빙을 탈퇴하려다 화가 났다. 스마트폰 앱에 탈퇴 기능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집에 가서 PC를 켜고 회원 탈퇴를 신청했다.

멜론뿐 아니라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쇼핑과 포털 1위 기업들도 탈퇴 신청은 PC로만 가능하다. 임 씨는 “가입은 모바일로 쉽게 받으면서 왜 탈퇴 신청은 PC로만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짜증냈다.

임 씨 같은 불편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의 경우 네이버 지식인과 블로그에서 멜론 탈퇴를 묻는 질문을 검색 하면 쉽게 불만을 접할 수 있다. 멜론 이용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보니 생긴 일이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아 모바일에서 탈퇴 기능을 제공하면 안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후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하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페이나 네이버 클라우드 등 많은 서비스가 있어 이용자가 탈퇴 전에 이를 체크해야 한다”며 “프로세스가 복잡해 모바일로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본인 인증 과정 등 신중한 탈퇴를 위해서는 PC가 더 안전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부러 회원 탈퇴를 어렵게 만든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멜론, 쿠팡, 네이버는 모바일 앱에선 회원 탈퇴를 못하게 했지만 경쟁서비스인 비트, 11번가, 카카오에선 모바일 앱에서도회원 탈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모바일에서도 탈퇴를 허용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모바일이나 PC나 (탈퇴 서비스를 진행하는 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바일에서 계정 삭제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있다면 이들이 편리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카카오가 멜론을 인수한 만큼, 머지 않아 멜론에서도 모바일 탈퇴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생활가치 플랫폼’을 추구하는 카카오이기에 멜론 회원들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해소할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장은 PC에서 모바일로 가는데, 모바일에서 불편을 주는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건 넷심이 최고 자산인 인터넷 기업들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 전체 광고 수익에서 모바일 비중이 80%였고, 같은시기 네이버 역시 매출에서 모바일 비중이 56%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