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드]①테슬라 '제2 아이폰 신드롬' 일으킬까

국내 공식 출시 눈앞에… 성패 여부 놓고 '의견분분'
옹호론자 "시장 바꿀 것" 비관론자 "현실적 장벽 커"
  • 등록 2016-08-30 오전 6:00:00

    수정 2016-08-3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국내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사전계약 접수를 위한 한글 홈페이지가 열렸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실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중은 열광하고 있다. 전기차로 자동차업계를 뒤흔들고 결국 세상을 바꾸겠다는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무한도전’에 감정이입하고 응원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개개인의 삶을 바꿔 놓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떠올린다.

물론 절대적 지지만 있는 건 아니다. ‘안티 테슬라’의 주장도 만만찮다. 휴대폰과 자동차는 그 산업 특성이 달라서 테슬라가 애플과는 전혀 다른, 훨씬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게 테슬라 회의론의 근거다.

이달 초 문 연 테슬라 한글 홈페이지. 테슬라 한글 홈페이지
관전 포인트①-애플과 닮은 대중의 열광

테슬라의 최대 강점은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미래가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테슬라의 현재 모습은 보잘것없다. 연 6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작은 전기차 회사, 그것도 미국 정부의 각종 지원(탄소배출권·친환경차 보조금)에도 13개 분기째 적자를 내는 회사일 뿐이다.

그러나 미래 가치를 반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테슬라모터스의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325억 달러(약 36조원)로 미국 GM(489억 달러)의 3분의 2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미래 가치를 그만큼 높게 본다는 의미다.

올 초에도 테슬라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재차 확인됐다.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올 4월 사전계약에서 일주일 새 무려 32만여대가 계약됐다. 아직 완성형도 공개되지 않았고 빨라야 1년 후인 2017년 말 출시 예정이었다. 대중은 그러나 앞다퉈 계약금 1000달러(약 110만원)를 모델3에 베팅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이고 가격도 공개되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계약하는 사람도 있다.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기존 자동차 회사의 ‘음해’일 것이라며 헐뜯으며 테슬라를 옹호한다.

그 배경에는 창업주 머스크가 있다. 24세의 젊은 나이를 시작으로 IT회사 집투·페이팔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엑스(2001년), 테슬라(2003년), 재생에너지기업 솔라시티(2006년)를 잇따라 설립했다. 단순한 회사를 넘어 지구의 에너지원과 이동수단을 바꾸고 화성 여행을 꿈꾸고 있다. 대중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잡스는 아이폰으로 메이저 휴대폰 회사끼리 경쟁하던 판도를 뒤엎었다. 대중은 머스크도 지금까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13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열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모델S. 테슬라 홈페이지
관전 포인트②-휴대폰과 車산업의 차이

그러나 테슬라가 직면하게 될 장벽은 애플보다 훨씬 단단하고 높다. 휴대폰과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인 만큼 소비자도 보수적이다. 초창기 얼리 어댑터의 지지를 받을 순 있지만 이를 대중 전체의 신뢰로 바꾸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각종 결함, 정비 인프라 등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테슬라 모델S는 올 5월 미국에서 자율주행 기능 사용 중 처음으로 사망 사고를 냈다. 이후 중국 등지에서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는 일상적인 과제이지만 테슬라에겐 첫 경험이다.

국내에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의 품질·서비스 민감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테슬라는 그러나 아직 단 한 대의 급속충전소도 설치하지 않았다. 더욱이 국내의 만성적인 주차난을 고려하면 도시에선 전기차를 충전·운행할 수 있는 집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대량 양산 체제를 꾸리는 것부터 쉽지 않은 과제다. 테슬라의 전기차가 대중화하려면 아직 가동 전인 새 공장이 2만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부품을 유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숙련된 근로자도 필요하다. 게다가 유통·물류 과정도 휴대폰보다 복잡하다. 국가 간 관세 장벽도 두텁다. 상대적으로 공정과 물류가 단순한 휴대폰과는 다르다. 외주 방식으로 생산해 효율화를 꾀했던 애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훨씬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중 어느 한 과정만 삐끗해도 테슬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중의 인기는 양산·출고 시기가 늦어지거나, 제품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급락할 수 있다. 지지를 잃으면 투자가 줄고 생산능력과 제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전 포인트③ -전기차의 가능성과 한계

테슬라가 전기차(EV)에 ‘올인’하는 것도 가능성인 동시에 불안요소다.

전기차는 아직 너무 비싸다. 테슬라 모델3가 그렇듯 현존하는 기술로는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즉 국민의 지지(세금) 없인 경쟁력이 없다. 테슬라가 13개 분기 전 흑자를 낸 것도 차를 팔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탄소배출권 정책 덕분이었다.

전기차를 지지하는 사람은 전기차 가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대량양산되면 가격이 낮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얼마만큼 낮아질 진 장담할 순 없다. 그 사이 각국 정부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

국내 출시 때도 가격이 걸림돌이다. 현실적인 가격에 팔려면 보조금이 필수적인데 얼마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기차이기에 앞서 1억원을 넘는 고급 스포츠카인 모델S에 1500만원 전후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많다.

머스크가 계속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 역시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투자와 각국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이다. 테슬라는 아직 대중과 정부의 지지 없인 자생할 수 없다. 테슬라가 첫 대중 전기차 모델3을 출시 1년여 전 미완인 채 공개한 것 역시 대중의 지지와 함께 자금난을 우려한 테슬라의 ‘벼랑 끝 베팅’이란 비판도 받는다. 역시 관건은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모델3의 성공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의 자동차 회사에 1개 차종의 실패는 단순한 경영 악화로 끝나지만 테슬라에 모델3의 실패는 치명적”이라며 “모델3의 시장 안착은 테슬라에 지속적인 투자 유치와 대중의 지지 동력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몰라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미국 공장에서 생산 중인 전기 스포츠카 모델S.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X. 테슬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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