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TMI]‘정종’이 추석 차례주로 맞지 않는 이유

전통적으로 제사상에는 ‘맑은 술’ 올려
‘정종’은 ‘마사무네’라 불리는 일반 사케 상표명
한국식 ‘맑은술’은 ‘약주’로 구분
  • 등록 2021-09-19 오전 9:00:00

    수정 2021-09-19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謹以淸酌 庶羞恭伸 奠獻 尙饗(근이청작 서수공신 전헌 상향).

흔히 제례 시 쓰는 축문의 말미에 들어가는 문구로, ‘술과 음식으로 공손히 잔을 올리니 흠향하시옵소서’라는 뜻이다.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차례주다. 축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례주는 청작 즉, 맑은 술(청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에 있는 다테 마사무네 기마 동상
우리 조상들은 쌀이나 조, 밀 등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었다. 곡물을 발효시켜 술을 빚을 경우 밑에 찌꺼기가 가라앉고 위에 맑은 술이 뜨게 된다. 이것을 걸러 맑고 깨끗한 술만 모아 올린것이다. 반대로 거르고 남은 술에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추거나 청주를 거르지 않고 술지게미(찌꺼기)만 제거한 술이 막걸리와 동동주 즉 탁주다. 지방이나 가정에 따라 탁주를 차례주로 선택하는 예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차례나 제례에 쓰이는 제주(祭酒)를 각 가정에서 직접 담가 조상님께 올리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주세 정책으로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를 금지하고, 1960년대 양곡보호정책으로 우리 술 제조에 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 틈을 타 시장을 잠식한 것이 바로 ‘마사무네’다 흔히 ‘정종’으로 알려진 술이다. ‘마사무네’는 1840년 일본 효고현의 한 주조장인이 만든 청주로 청주(淸酒)와 정종(正宗)이 ‘세이슈’로 발음이 같다는 것을 착안해 만들어낸 상표다. 문제는 정종(正宗)이 ‘마사무네’(정종·政宗)라고도 읽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전국 시대 무장인 ‘다테 마사무네’의 인지도가 높았다. 임진왜란에도 참전한 전적이 있는 다테 마사무네는 애꾸눈으로 ‘독안룡’이라 불렸던 맹장이었다. 결국 본래 세이슈란 이름은 잊혀지고 정종은 ‘마사무네’란 이름으로 일본 열도에 팔려나갔다.

1883년 이론 이마니시 양조장의 이마니시 미네사부로(今西峰三郞)가 부산에서 조선 최초의 일본식 청주 공장을 세우고 정종을 만들었고 이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사케 중에서도 상당한 고가품이던 정종은 청주가 사라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고 결국 차례상의 제주로까지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정종은 고급술을 뜻하는 단어가 됐고, 명절에 좋은 술을 올리려고 ‘정종’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정종이 일본술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차례주로 사용하는 일이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일부에서는 ‘정종’이라는 단어를 우리의 맑은 술 또는 약주로 잘못 알고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한국식 맑은술은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된다. 일제시대 만들어진 주세법에 의해 일본식 청주와 구분해 관리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대표적으로 국순당의 예담, 경주법주 등이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청주’가 일본술은 아니다. 다만 국내 전통방식이 아닌 일본식 누룩을 사용해 빚은 술을 뜻한다. 롯데주류의 ‘백화수복’이 대표적이다.

차례주에 약주를 올리든 청주를 올리든 정답은 없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주세법상 약주와 청주로 나뉘게 됐지만 현재로선 둘다 국내쌀로 국내에서 빚은 국산 술이다. 다만 이 술들은 ‘정종’과는 다르다. 정종은 청주를 뜻하는 말도 아니고, 차례주로도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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