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 재정 지출로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9년간 저출산 대책에 무려 66조 원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출산율 반등 효과는 미미하다. 이제 재정 지출 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국내 사회 특성을 살린 한국형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손쉬운 해법은 3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어울려 살면 어린 자녀 양육과 노인 부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한 조부모들이 어린 손주들을 돌보면 취업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 사실 요즘 많은 조부모들이 출가해 직장에 다니는 자녀들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2·3세대가 함께 살며 1세대를 부양하면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이 덜 들게 된다. 할아버지와 손자 세대가 함께 살면 노청(老靑)의 조화가 이뤄져 건강 생활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절대빈곤이 사라지면서 잘 키운다는 의미가 지나치게 물질지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남보다 사교육을 많이 시켜 세칭 일류대학에 진학하도록 하고 고소득 직업을 얻도록 하는 데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양육비와 교육비가 들어가게 되고 이게 바로 출산 기피의 최대 원인이 되고 있다.
대가족 공동체가 반드시 같은 집안 식구들로만 구성될 필요는 없다. 마음을 같이하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서로 육아 등을 돕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대가족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대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려면 이에 대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복지 재정 지출을 대가족 공동체에 초점을 맞춰 조정하는 것도 해법중 하나다. 예를 들어 육아나 고령자 간병 지원 대책 등을 대가족 공동체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면 추가 재원 없이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새로운 주거 문화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 세대 중심 주거 구조를 바꿔 3세대가 함께 살되 독립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대가족 주거 형태를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