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퍼스트 시대④] 종이신문 몰락으로 본 언론의 미래와 제언

-1829년 창간한 전통의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파산신청
-종이신문 구독률, '2002년 82.1%→2014년 30.7%'
-"21세기는 레퓨테이션(평판)의 시대, '트래픽=영향력' 착각하면 곤란"
  • 등록 2015-04-01 오전 1:00:28

    수정 2015-04-01 오전 1:00:28

[이데일리 정재호 기자] 이데일리가 온라인 창간 15주년을 맞아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넘어온 뉴스 소비 시대를 조명해봤다.‘뉴스 독자 3500만명’ 시대에 모바일 뉴스 이용시간(포털 어플리케이션 포함)은 2012년 3월 15억분에서 2015년 1월 70억분을 넘어섰다. 언제 이런 호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뉴스 산업은 황금기를 맞았지만 정작 콘텐츠 생산자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실을 짚었다. [편집자주]

조선 순조 29년이던 1829년 6월 존 워커와 존 노벨은 최대 권위에 빛나는 미국의 지역 조간신문(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를 창간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현재 미국에 살아 남아있는 일간지 중 3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지역신문이지만 탐사보도와 심층 분석으로 언론계에 오랜 명성을 쌓아왔고 ‘퓰리처상(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만 20번을 탔을 만큼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 내 대표 지역 일간지 중 하나다.

잘나가던 전통의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를 소유한 ‘필라델피아 뉴스페이퍼 그룹’이 2009년 2월말 파산보호 신청을 한 건 전 세계 언론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부채 3억9000만달러(약 4350억원)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뉴스페이퍼 그룹은 2008년 세전 3600만달러(약 402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 급감을 견디지 못했다. 발행부수도 전년대비 10% 이상 줄어드는 등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1996년 미국 정부에 의해 ‘국가 사적(Historic Places)’으로 등록된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본사 빌딩의 매각은 신문 산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8층짜리 인콰이어러 빌딩이 고풍스러운 외관을 뽐내고 있다. 사진=AFPBBNews
직접 완공해 1924년부터 사용해온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고풍스러운 18층짜리 신문사 빌딩을 부동산 개발업자에 매각하고 약 1만4800평에 달하던 사무실을 약 3600평 규모로 축소 이전했다.

거대 신문사의 위기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00년대 말은 역사적인 신문사들의 파산이 줄을 잇던 시기다. 2008년 12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트리뷴’과 2009년 1월에는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스타-트리뷴’이 파산을 신청했고 ‘뉴욕 타임스’는 본사 건물 일부 매각에 나서는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그룹이라고 사상 최대의 경기침체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신문사가 절대 망할 수 없는 구조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종이신문 산업만큼은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주요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2014 뉴스수용자의 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종이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은 2002년 각각 82.1%와 52.9%에서 2014년 30.7%와 20.2%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여론조사기관 ‘닐슨코리아’가 2004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개인용컴퓨터(PC)와 모바일의 이용자 행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 이용자 수가 2004년 2540만명에서 10년 만에 3060만명으로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신문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뉴스 시장은 이보다 더 호황일 수 없을 만큼 황금시대를 맞았다는 점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종이 뉴스 구독자수의 감소에도 전체 뉴스 소비 독자는 14년 전 대비 52.7% 늘어나 온라인을 동인으로 한 뉴스 시장 확대 현상이 뚜렷하다

2000년 전체 뉴스 이용자 수 2103만명(인터넷뉴스 728만명-종이신문 1375만명)이 52.7% 증가해 전체 뉴스 독자 3212만명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중 종이신문 구독자는 1375만명에서 162만명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최진순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종이신문의 정체 또는 퇴보에 대해 ‘고연령층, 대도시 집중화, 고소득층‘ 등의 3가지 이유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다.

뉴스 시장이 황금기를 맞았지만 종이신문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닐슨코리아 제공
최 교수는 “종이신문 구독자는 대개 5~60대로 디지털 오디언스(독자) 세대와 간격이 있다. 또 대도시 거주자 층이 주를 이루고 있고 내 손안의 휴대폰이 곧 정보로 통하는 시대에서 고소득층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자가 아니면 지불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에 종이신문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으로 “가계의 비교적 높은 지출항목을 담당하는 휴대폰 요금에는 각종 정보 이용료가 포함돼 있다고 사람들이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따로 돈을 들여 신문 등과 같은 추가 정보 매체를 받아볼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뉴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본 변화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엇갈리며 확실한 해법을 모색했다고 보기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뉴스 소비 증가와 콘텐츠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자 접점 확대를 위해 모바일 SNS를 활용한 비포털 채널 대응 강화가 요구되고 타사와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유통해 궁극적으로 뉴스 서비스 가치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최 교수는 “21세기는 레퓨테이션(평판)의 시대다. 트래픽을 영향력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본질을 망각하는 일일 뿐이다. 독자와 고객(호주머니를 열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디지털 저널리즘의 본질인 참여하는 사람을 잡아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면서 “많은 소비자들을 통해 좋은 바이럴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입소문이 광고주의 마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웹사이트 기술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해야 하고 수용자를 위주로 한 독자에게 충분히 부합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뉴스(제공) 온리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된다면 연관 산업도 아우르면 좋다. 내용보다 시장이 우선인 컨텐츠 혁신과 함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영국의 ’가디언‘처럼 시장 변화 타진 후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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