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도시 맞나요?"…시각장애인에겐 너무 먼 서울로7017

서울로7017 찾은 시각장애인들 보행 어려움 호소
출입구에만 점자·선형블록 설치…낙상사고 위험
자원봉사자도 제한적 운영…보행기회 박탈 우려
"저마다 책임회피…서울로 감독기관 운영해야"
  • 등록 2017-06-25 오전 7:00:00

    수정 2017-06-25 오후 5:43:13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에 개장한 ‘서울로 7017’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김무연 기자] “걷는 공간이라고 해서 왔는데 쉽지 않네요”

주말 서울로 7017(옛 서울역 고가·이하 서울로)을 찾은 시각장애인 홍모(38)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로 출입구에 설치된 점자블록을 확인하며 안도한 것도 잠시. 도로가 시작되자 시각장애인을 유도하는 점자·선형 블록이 없어 발을 헛디디기 일쑤였다. 밀려드는 인파에다 크고 작은 화분까지 피하다 보니 홍씨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흥건해졌다. 보행 시작 몇 분 만에 서울로를 내려온 홍씨는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보여주기식에 그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걷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전국 최초 고가보행로 서울로.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에겐 걷기 힘든 길이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점자·선형블록이 진·출입로에만 설치된데다 최고 17m 높이의 고가에 지은 보행로 특성상 낙상사고의 위험까지 있어 사실상 걸을 수 없는 공간이다.

기준 애매한 서울시 ‘보도공사 설계 매뉴얼’

시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에서 △보행전용거리 확대 △‘아마존(아이들이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공간)’ 운영 △이면 도로 차량 제한속도 강화 등의 정책을 발표하며 걷는 도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 중에서도 서울로는 시가 심혈을 기울인 정책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개장한 서울로는 215만명의 방문객을 모으며 도심의 새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시가 보행친화도시 정책을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사용 중인 ‘보도공사 설계 매뉴얼’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지원센터 관계자는 “상위 지침인 ‘도로안전시설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예상될 경우 선형블록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시 메뉴얼에는 보도 폭이 2m 이상이고 위험요소가 없으면 선형블록을 일정 거리까지 설치한다는 조항을 달았다”며 “위험요소나 일정 거리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선형블록 설치 여부가 주관적 판단에 따라 판가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도 “시 매뉴얼에는 시각장애인 밀집 거주지역 외 생활도로에 점자블록을 설치한다는 규정이 없어 보행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안전시설물 설치·관리와 함께 보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의 단속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로 7017’에 설치된 안전벽은 불과 1.4m로 설치돼 사고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원봉사자도 태부족…설치·관리·감독기관 필요

시는 점자 블록을 전체 구간에 설치하는 대신 자원 봉사자가 1대 1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고 있다. 시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는 오전 10시~오후 8시까지 하루 6명을 교대로 운영한다.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서울로이지만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의회 쪽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창윤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서울로 7017의 장애인 안전 시설물에 대해 시에 물으니 누구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며 “서울로를 비롯한 서울시내 장애인 안전시설물을 설치·관리·감독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 안전총괄본부에서 장애인 안전시설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며 “매뉴얼 역시 지속적으로 수정해 일선에 배포해 장애인들의 보행권이 보장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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