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 3세 잇단 갑질에 오너 리스크 확대

  • 등록 2018-04-16 오전 6:00:00

    수정 2018-04-16 오전 9:02:12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2015)에서 ‘갑질’을 일삼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내뱉은 말을 현실 속 재벌 3세들에게 그대로 돌려줘야할 것 같다.

조현민 대한항공(003490)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의 ‘물 세례’ 갑질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70대 할머니 폭행과 조현아 칼호텔네트웍스 사장의 ‘땅콩 회항’에 이어 불거진 한진그룹 3세들의 잇단 갑질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문제는 이러한 갑질이 한진그룹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대림그룹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 씨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왜 재벌 3세들 갑질 반복될까

재벌가의 갑질은 유독 3세들에 의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창업주가 사업을 일구고, 2세가 그룹을 키운 반면,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였던 3세들은 왜곡된 ‘선민의식’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벌 3세의 초고속 승진도 이들의 ‘안하무인’ 성격을 부추길 수 있다. 지난 2015년 기업경영 평가기관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 오너 3·4세 임원 32명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5년에 불과했다.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은 2016년 출간한 저서 ‘재벌 3세’에서 “(재벌 3세는)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기만 했고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며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 있는 권력은 무소불위이고,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된다.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말을 해 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 3세가 누리는 특혜는 그만큼의 ‘왕관의 무게’를 져야 한다”면서 “(재벌 3세가) 무임승차의 태도나 갑의 자세를 버리고 국민의 시선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오너 리스크 키우는 재벌가 갑질

재벌 일가의 갑질 논란은 도덕적 비난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며 ‘오너 리스크’를 키운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이 알려진 지난 12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6.55% 떨어지며 장을 마감했다. 13일에는 1.19% 반등했지만,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진 못했다. 3년여 전 조현아 사장의 갑질 논란 당시에도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이에 앞서 대리점주를 향한 욕설과 물량 밀어내기 파동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갑질 논란은 주가 하락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양유업 영업이익은 2012년 637억원에 달했지만, 갑질 논란이 발생한 2013년에는 17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261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키웠다. 이후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현재 주가는 67만원(13일 종가 기준)으로, 사태 직전 고점(117만5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조현민 전무, 경영 일선서 물러날 가능성

조현민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은 H사와의 회의 중 광고팀장에게 물을 뿌린 사실이 지난 12일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14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원을 심하게 질책하며 고성을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재차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12일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떠났던 조현민 전무는 논란이 확산되자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논란 발생 당일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한 데 이어 이날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제가 어리석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조 전무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 때처럼 조 전무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당분간 자숙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번 사태는 3년여 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달 칼호텔네트워크로 복귀한 조현아 사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을 줄 전망이다. 아울러 조원태 사장의 과거 갑질이 재조명받으면서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수습책을 다각적으로 논의하며 향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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