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 위해 팔아도 거래세 부과…동학개미에 찬물 끼얹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 개정 4월 1일 양도분부터 적용키로
시총 1兆 이상 or 회전율이 상위 50%인 종목 면세대상서 제외
시장조성자 의무이행 어려움 호소 “정부 개미도 피해” 예상도
  • 등록 2021-03-04 오전 2:40:00

    수정 2021-03-04 오전 8:47:5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내달 1일부터 시장조성자의 증권거래세 면세 혜택이 축소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등 특정 종목의 경우 시장조성자 역할 차원에서 주식을 팔 때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에 찬물을 끼얹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성자 면세…유동성 불렀지만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별 회전율이 상위 50% 이상인 종목을 증권거래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 등과 시장 조성 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호가를 제시하도록해 유동성을 높이는 증권사다. 쉽게 말해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842개 상장주식과 206개 파생상품에 대해 총 22개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 지정됐다.

이 제도는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르는 선순환구조 확립을 통해 거래활성화와 시장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파생시장에 처음 도입된 이후 2005년 주식시장으로 확대됐다. 2016년 주식시장 활성화 지원을 목적으로 주식시장조성자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가 도입됐다. 시장조성자가 시장조성 목적으로 주식을 양도하면 증권거래세가 면제된 것이다. 시장 전체의 활성화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며 2018년 일몰 시기가 연장됐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하지만 세제지원 취지와 다르게 시장조성 행위 중 98.1%가 코스피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종목별로 시가총액이 큰 우량종목에 거래량이 집중되자 정부가 손질에 나선 것이다. 다만, 벤처기업 등과 같이 시총 및 유동성이 작은 종목에 대한 시장조성 행위는 지속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동성이 충분한 종목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라는 것”이라며 “(현재 시장조성자들이) 저유동성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 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총 1조여도 거래 적은 株 수두룩 ‘끙끙’

하지만 시장조성자들은 면세 혜택만 누려왔다고 치부되기에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성자의 활발한 활동으로 거래가 유발되고 이로 인한 증권거래세가 증가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기재부의 2017년 조세특례 임의심층평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시장조성목적의 거래대금이 4% 증가했다. 시장조성활동에서 9개월간 약 2억5000만원의 조세지출이 있었지만, 같은 기간 증권거래세 증대 효과는 약 96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공개된 조세특례 심층평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2019년 시장조성 종목의 거래대금은 9%, 거래량은 6.1% 증가했다. 세수증가분에서 면세규모를 제외한 순세수효과는 2018년 163억9000만원, 2019년 934억6000만원으로 추정됐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를 웃도는 세수 증대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면세 제외대상 중 시총 1조원 이상인 종목은 9월 29일 기준 코스피 170개 종목, 코스닥 47개 종목에 이른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증권거래세 면세 대상 종목이 대폭 축소되면 그 피해가 시장조성자뿐만 아니라 정부의 세수 축소, 개인의 투자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시장조성 역할을 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대형주 및 중형 유동주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저유동성 시장조성 의무이행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며 운영해왔다”며 “앞으로 면세 대상 종목이 축소되면 저유동성에 대한 시장조성 의무 이행이 어려워져 시장조성 본래 취지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경우 저유동성 종목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수해 낮은 가격에 매도할 위험이 있다”며 “저유동성 종목인 중·소형주를 기피하면서 시장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주의 호가체결이 어려워지면서 동학개미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의 시장관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르는 시장 특성상 한번 이탈한 투자자를 다시 시장으로 유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유동성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며 시장조성자제도 취지가 중·소형주 지원이 아닌 저유동성 종목 지원임을 고려한 면세범위 축소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준 코스피시장 회전율 상위 50종목 중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종목의 경우 단 2종목에 불과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를 분석해보면 주식시장에선 상위 20%가 전체 거래량의 80%를 가져가는 구조”라며 “이를 회전율 상위 50%로 자르면 1조원 이상 종목 중에서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종목의 시장조성업무를 막는 결과로 이어져 이런 종목에서 매도 매수 호가 격차가 더 벌어지고 거래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성이 좋은 종목까지 면세혜택을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과도하게 면세조치를 해제하는 건 재검토할 필요성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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