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습니다]배달원 헬멧 블랙박스 직접 써보니…'얼굴·카드번호' 고스란히 노출

국산 오토바이 헬멧 블랙박스 실제 체험해보니
대면 배달中 주문자 내밀한 개인정보 손쉽게 수집
마주하는 장소가 현관이라 민감한 내용 여과없이 노출
영상 돌려보기 가능해 대면시간 짧아도 유출 우려 커
  • 등록 2021-07-23 오전 6:00:00

    수정 2021-07-23 오전 6:00:00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달사업이 급성장하면서 배달원(라이더)도 3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분이라도 더 빠른 배송을 위해 수많은 배달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빠른 배송에 따른 사고 위험도 잦은 만큼 배달원들은 최근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헬멧용 블랙박스 착용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원이 블랙박스를 끄지 않은채 주문자와 대면할 경우 주문자 얼굴뿐 아니라 신용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된 상황이라 수많은 주문자의 개인정보가 자칫 노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블랙박스가 주문자의 어떠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지 본지 기자가 직접 착용하고 모의 실험을 해보았다. <편집자주>

▲전재욱 기자(오른쪽)가 22일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 편집국에서 블랙박스를 장착한 헬멧을 쓰고서 음식 대면 배달 상황을 가정해 주문자를 촬영하고 있다. 헬멧 왼쪽에 보이는 검은 기기(빨간 원)가 헬멧용 블랙박스다. 브랜드는 음영 처리했다. (사진=김보경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보이는 모든 게 녹화되고 들리는 전부가 녹음된다. 심지어 선명하고 생생하다.”

기자는 최근 널리 사용되는 오토바이 헬멧 블랙박스를 구매해 음식 배달원의 시선으로 주문자와 대면하는 과정을 실험 촬영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

이번 실험에 사용한 블랙박스는 국내 A사에서 제작한 B 제품이다. 동영상은 초당 60프레임을 촬영해 720p(1280*720) 급의 HD 화질을 제공한다. 1080p까지는 아니지만 피사체를 식별하는 데 무리가 없는 고사양 제품이다. 연속 촬영 시간도 8시간 가량이라 넉넉한 편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1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해 가성비가 좋아 찾는 라이더가 제법된다.

▲주문자가 22일 이데일리 편집국에서 헬멧용 블랙박스를 착용하고 대면 배달 과정을 재연한 기자를 마주하며 얼굴을 노출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된 영상을 갈무리한 모습. 왼쪽 아래의 영상 촬영 시점은 기기 세팅 실수에 따른 착오. (사진=블랙박스 캡쳐)
이 제품을 장착한 헬멧을 쓰고 음식 배달 상황을 가정해 촬영해보니 주문자의 온갖 민감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실험에 주문자로서 참여한 이준기·장영은 기자의 △신체(얼굴 포함) △생체 정보(목소리 등) △금융정보(신용카드 번호) 등이 수집됐다. 장소가 주거지였다면 위치(주소)도 영상으로 노출됐을 여지가 충분했다. 아울러 두 기자의 가족 등 동거인 유무와 규모를 파악하는 길도 열려 있었다. 현관에 놓인 신발 종류와 수를 세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기자가 허튼 마음을 먹으면 악용하기에 충분한 내밀한 개인 정보들이었다. 특히 두 기자의 목소리까지 녹음한 것이 민감했다. 특정인의 목소리는 수집이 어려운 개인정보에 속한다.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처럼 `비자발적`으로 촬영 당해 노출하는 정보와 비교하면 중량감이 다르다. 아울러 노출한 신용카드 번호는 두 사람의 금융 자산을 위협할 수 있다.

▲블랙박스를 장착한 헬멧을 쓴 기자가 22일 이데일리 편집국에서 대면 배달 상황을 가정하고 주문자의 신용카드를 촬영한 모습.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장면을 촬영하니 카드 앞면의 16자리, 뒷면의 CVC 3자리가 식별 가능할 정도로 수집됐다. 카드 번호는 보안상 이유로 블라인드 처리했다.(사진=이데일리)
블랙박스 대면 배달은 자체로서 음식 주문자에게는 치명타였다. 대부분 배달원을 마주하는 대면 장소가 현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험에서 실내와 실외를 경계(境界) 짓는 현관 문턱에 선 이준기·장영은 기자의 경계(警戒)는 쉬 허물어졌다. 개인 주거지였다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여지가 있어 민얼굴을 드러날 공산도 크다. 복장과 차림이 바깥보다 격식 없는 것도 변수다.

▲블랙박스로 촬영한 카드 실물. 카드 번호 식별은 왼쪽 아래는 어려웠지만, 오른쪽 아래는 충분했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카드번호는 블라인드 처리했다. 위의 ‘확대했습니다. 2121년 7월14일’ 문구는 카드번호 숫자의 폰트 크기인 14p로 출력해 비교했다.(사진=전재욱 기자)
앞서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걸린 시간은 30초가 안 됐다. 대면 시간이 길고 짧고는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거나 줄이는 데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블랙박스로 촬영한 영상은 재생과 정지를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상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지로 편집해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도 손쉽다.

실험에 쓴 B 제품보다 고사양의 블랙박스도 시장에 넘치고 실제로 쓰인다. 더 고가인 만큼 고화질·고음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실험에 쓴 B 제품보다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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