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변곡점 선 유럽…유로·달러 사상 첫 패리티 현실로(종합)

유로·달러 패리티 20년래 처음 현실화
2002년 유로 첫 통용…사실상 첫 패리티
"유럽 전체에 걸친 경기 침체 공포 반영"
긴축 예고한 ECB, 더 큰 침체 부를수도
유럽도 흔들리는데…외환 패닉 경고등
  • 등록 2022-07-13 오전 7:00:22

    수정 2022-07-13 오후 9:28:0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로·달러 환율이 20년 만에 처음 패리티(parity·1대1 교환)를 나타냈다. 줄곧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던 유로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보다 전 세계 다른 지역들이 경기 침체 공포에 더 취약하다는 방증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물가 폭등에 대응해 긴축을 준비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 제공)


유로·달러 환율 장중 1달러 하회

1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유로당 0.9998달러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에 사겠다는 호가가 나온 것이다. 지난 2002년 12월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같은 시각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56까지 치솟았다고 CNBC는 전했다. 200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주목할 것은 2002년이 유로화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첫 해라는 점이다. 경제적인 요인 탓에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를 밑돈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후 2시26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0.12% 상승한(유로화 강세·달러화 약세) 1.0051달러로 소폭 올랐다. 그러나 언제든 다시 1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는 것은 유럽 에너지 위기에 따른 침체 공포 탓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달러화에는 오히려 돈이 몰리고 있는데, 유로화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맞설 만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았던 게 무색한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가 대(對)유럽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유럽 내 위기감은 증폭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각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로부터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약 40%를 공급 받았다. 러시아가 지난 11일부터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는 점차 현실화하는 기류다. 노르트스트림1은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다. ‘유럽의 맹주’ 독일의 산업 근간 자체가 무너질 수 있고, 심지어 유럽이 역사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실제 이날 나온 독일의 경기지표는 고꾸라졌다. 독일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이번달 경기기대지수는 -53.8로 전월(-28.0)보다 큰 폭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41.0)를 하회했다. 이 지수는 향후 6개월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선행지표다.

CIBC 캐피털마켓의 제레미 스트레치 FX전략 책임자는 유로·달러 패리티를 두고 “유럽 전체에 걸친 침체의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유로·달러 환율이 추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당분간 1유로당 0.95~0.97달러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침체 공포↑…ECB 긴축 가능할까

문제는 유럽이 무너지는 경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완화정책을 고수했던 ECB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이번달 기준금리 인상을 이례적으로 예고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에 속한 38개국 중 올해 5월 10% 이상 소비자물가가 치솟은 나라는 총 10개국이었는데, 이 가운데 칠레를 제외한 9개국이 유럽 국가였다. 모두 러시아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그런데 ECB의 공격 긴축이 더 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CNBC는 “ECB가 경제적인 고통을 심화시키지 않고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트레치 책임자는 “ECB는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하나의 통화를 쓴다는 점 역시 넘어야 할 과제다. 이를테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같은 유로화를 쓰지만, 두 나라의 국채금리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양국의 경제 체력은 엄연히 달라서다. 이는 곧 유로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초강달러에 유로화마저 무너지는 것은 딴 세상 얘기가 아니다. 유로화처럼 준기축통화에 끼지 못하는 다른 통화들의 가치는 더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긴축과 함께 달러화가 당분간 독주하면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패닉에 빠질 위험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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