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조리돌림…`학폭` 아닌, 2022년 `여의도`입니다[국회기자 24시]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발단
非이재명계 의원들 좌표찍기, 문자폭탄…인신공격도
  • 등록 2022-08-20 오전 9:00:00

    수정 2022-08-20 오전 9: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야 카톡 안보냐? 죽을래?”, “얘가 거기서 전학 온 애라던데? 전화번호는 010-XXX-XXXX래”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입니다. 요즘 대부분 학폭은 이런 식으로 메신저와 SNS를 통해 이뤄진다고 하죠. 특정 인물을 정해 계속해서 욕설을 하고, 단체 대화방에서 나가면 다시 초대하고, SNS에 개인정보를 올려 조리돌림을 하는 식이라고 합니다.

(일러스트= 이미지투데이)
학폭 경력으로 물의를 빚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이마저도 다소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하지만 여의도, 국회는 예외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학생들이 아닌 성인들의 행동에서 이 같은 폭력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지난 18일 SNS에는 민주당 의원 20명의 사진이 담긴 한 이미지 파일이 돌기 시작했는데요. ‘당헌 80조 개정 반대 인명’이라는 제목이었죠. 친일파 명부를 돌리듯 ‘주홍글씨’를 새긴 이 이미지 파일은 유력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당직자 기소 시 직무 정지’ 규정을 담은 당헌 80조가 개정 절차를 밟다 ‘이재명 방탄 개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일부 규정만 수정하는 것에 그치자 이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이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죠. 해당 명단에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던 의원들도 있지만, 평소 개정에 찬성했던 인물들도 있는 상황. 그동안 이재명 후보의 팬덤에 대해 쓴소리를 했던 의원들이나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까지 포함한 명단을 돌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내용입니다. 이들은 이 명단을 돌리며 SNS 상에서 ‘조리돌림’을 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이미지가 일종의 ‘좌표 찍기’가 된 셈입니다. 문자 메시지 내용에는 단순 항의 메시지도 있지만, 인신공격성 혐오 발언이 담긴 내용이나 심지어는 협박성 문자까지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요. ‘학폭’을 주도하는 학생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죠.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 강성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낙연 후보 캠프의 정무실장을 맡은 윤영찬 의원의 여성 보좌진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협박 문자를 보내 경찰 수사까지 착수한 바 있죠. 아울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시 이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한 의원들을 향해서도 좌표찍기와 문자폭탄을 쏟아냈죠.

심지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내 악성 팬덤과의 결별에 목소리를 높였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자택에까지 유튜버가 찾아오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문자폭탄과 조리돌림의 대상이 됐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물론 정치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일이지만, 사이버 폭력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재명 의원과 그의 측근 의원들은 딱히 제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은 지지자들보다 더 격하게 반응하며, 부추기는 분위기도 만들고 있죠.

학폭에서도 ‘주동자’와 이를 방치하는 ‘주변인’이 있기 마련인데요. 현재 이 의원과 측근들의 모습을 보면 ‘주변인’이 생각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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