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찬의 뉴스쏙] '공짜 식권이 필요해'..탄소배출권의 경제학

  • 등록 2015-05-23 오전 6:00:00

    수정 2015-05-23 오전 6:00: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기업들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부당하다면서 집단 반발하고 있습니다. 50여개 기업이 소송을 제기했구요, 기업들 단체는 집단 성명까지 발표했는데요, 대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뭐길래 이렇게 불만인 걸까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기업들에게 ‘이산화탄소 배출 좀 줄이세요’ 그런다고 기업들이 그냥 줄일 리가 없잖아요? 물론 법으로 얼마 이상은 배출하면 안된다고 강제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일종의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도록 고안한 제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려 볼께요. 기업들마다 이산화탄소를 공짜로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이 주게 되는데, 이건 마치 공짜 식권같은 겁니다. A기업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태양광도 설치하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아끼면 할당량이 남겠죠? 받은 식권이 남은 겁니다.

그런데 B기업은 흥청망청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서 할당량을 다 쓰고도 모자랄 수 있습니다. 공짜 식권이 이제 없어진 거에요. 그럼 B기업은 식권이 남은 A기업에게 돈을 주고 식권을 사올 수 있습니다. 할당량을 더 받아오는 거죠.

A기업 입장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 나쁠 게 없는 거고요, B기업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했지만, 그만큼 돈을 더 낸 거니까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누군가는 덜 쓰고 누군가는 좀 더 쓰더라도 탄소 배출을 줄인 기업이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서 각자가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해하셨겠지만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할당량을 얼마나 부과하느냐, 또 탄소배출권의 거래 가격을 얼마로 산정하느냐, 이 두가지가 핵심입니다.

할당량을 너무 많이 주면 기업들은 별다른 노력을 안 해도 식권이 남을 테니까,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을 안 하게 되겠죠? 또 식원의 가격이 너무 싼 경우에도 ‘그냥 돈 주고 사오지 머’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 자체가 흐려지게 되는 거라서, 이 둘을 얼마나 적절하게 정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은 정부가 내놓은 할당량은 2017년까지 20%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목표로 설계가 됐고요, 할당량을 넘으면 이산화탄소 1톤당 1만원에 사와야 한다고 설정을 해놨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할당량이 너무 작아서 부담이 크다, 식권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기업들은 지금 정부의 할당량이 이어지면 2017년까지 작게는 12조7000억원, 많게는 27조5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하느냐고 주장합니다.

물론 탄소배출권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나라가 유럽과 우리나라 정도고요, 미국과 일본, 중국 같은 나라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왜 우리한테만 그러느냐’고 불만이 나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 쪽의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원래 할당량을 넘어선 탄소 배출에 대해 톤당 가격을 10만원으로 설정하려고 했다가 기업들의 볼멘소리 때문에 10분의1 가격인 1만원으로 책정한 것이거든요. 환경단체들은 ‘가뜩이나 제도가 누더기가 됐는데 여기서 이걸 더 내리라는 거냐’는 입장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말싸움을 하는 정도지만, 3년 이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할당량을 넘었는데 만약 시장에서 할당량을 사오지 않으면 1톤당 3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강제조항이 본격적으로 생기는 겁니다. 기업의 경쟁력도 지키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는 숙제가 남아 있는데, 잘 될 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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