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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 외면하고 美와 한반도 논의…수교 25년 세월 무색
중국은 지난 14일 북한의 석탄, 철, 해산물 등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양국이 거의 같은 시점에 사실상 북한과 관련된 정책을 내놨다. 발표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행정명령 서명에 대해 예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련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핵 문제 해법에 각각 ‘강경책’과 ‘유화책’으로 입장을 달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대북 금수조치와 북한의 괌 미사일 위협 철회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 간 교류가 지난 4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중 수교 25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해진다. ‘코리아패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중-북한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함에도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한-중 관계가 좋아지면 북-중 관계가 악화되고, 북-중 관계가 개선되면 반대 효과를 불러왔던 만큼 이례적이다. 이 역시 중국이 미국과 직접 접촉을 시도한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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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8월 국교 수립 당시 ‘우호 협력 관계’였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2014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고, 이듬 해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등 양국 관계는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였다.
시 주석이 민족주의를 앞세워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과 동맹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만이나 남중국해와 같은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펠리페 쿠엘로 정책분석가는 21일 “한국은 경제적 측면은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갈림길에 서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