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안보 딜레마]④'사이버공격' 뉴노멀시대 대응은?

  • 등록 2018-03-15 오전 6:00:00

    수정 2018-03-15 오전 6:00:00

영국 공군 전투기 타이푼(출처=영국 국방부)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매년 국방비 증액을 통해 2025년까지 3000억유로(약 400조원)을 국방비로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대 현대화, 핵무기 현대화 등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프랑스를 만드는 한편,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증액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권고치에 맞춰 NATO 분담금을 많이 내는 미국의 불만도 잠재운다는 계획이죠.

프랑스가 하드웨어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나 중동 등지에서 각종 테러집단이나 극단주의 무장세력 격퇴 등 여전히 군인들이 무기를 들고 현장에서 치르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프랑스 국내에서도 최근 몇년 사이 테러가 수차례 일어나면서 테러 예방 및 테러 발생시 대응 등을 위한 인력과 장비 증대가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핵무기 현대화 역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프랑스가 유럽연합 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 등의 위협에 대한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EU 회원국들에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유럽의 리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입니다.

영국의 국방예산에 대한 접근은 프랑스와 조금 다릅니다. 2016년 6월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EU와의 결별 합의금 및 각종 제반 비용 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예산을 짜는 영국은 국방비 역시 긴축적인 접근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 군대 수장 등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요.

국방비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더 이상 탱크와 전함과 전투기를 사용하는 전투나 전쟁이 중동이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현실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굳이 다른 시급한 분야를 제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전투기나 군함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재정비하는 데 써야하냐는 것이죠.

실제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보다는 해킹과 사이버테러 등으로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수년간 미국 대선, 영국 건강보건시스템(NHS)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은행, 기업들이 해킹 공격을 받았죠. 온라인 네트워크로 전 세계가 연결된 가운데 해킹 공격을 받으면 비록 유혈사태는 없더라도 자금 탈취에서부터 의료시스템 마비 등 피해와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러시아 등이 전통적 군사 장비인 탱크나 전투기를 이끌고 적국을 공격하기 보다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거나 사이버 첩보전을 통해 공격을 가해 국가 인프라나 시스템을 마비시킬 가능성을 더 크게 내다보기도 합니다.

영국 정보기관 가운데 하나인 영국정보통신본부(GCHQ)의 전 수장인 데이비드 어먼드는 “사이버공격이 뉴 노멀”이라며 “사이버 공격 수준과 형태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사이버공격이 있을텐데 이에 대해 정부 기관조차 안전하지 못하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보다는 사이버공격에 대응하는 기술과 인력을 양성하는데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통적인 전쟁을 치르기 위해 투입하는 재원 못지않게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방 이슈 관련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말콤 차머스 부국장은 “탱크로 전쟁하는 것은 현대전의 양상이 아니다”라며 “사이버, 정보 전쟁에 대비해 영국은 더욱 유연함과 기민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사이버상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자원이 요구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인공지능(AI), 정보통신, 사이버전((戰) 및 전자전에 사용되는 기술 등 국방 관련 새로운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사이버공격이 더욱 빈번하고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해서 하드웨어 군사력의 효용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핵무기, 최첨단 전투기, 군함, 탱크, 대규모 군사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적을 압박하고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것은 냉전 시대 등을 거치면서 학습해 왔습니다. 결국 한 국가의 사이버 능력이란 대내외 보여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시하고 억지력을 가지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사이버 안보 능력과 전통적인 하드웨어 군사력을 어떻게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 현재의 안보국방 도전에 대응해 나가느냐입니다. 영국이 사이버 능력 등 소프트웨어 안보력과 하드웨어 군사력의 최적의 조합을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