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대신 부남, 아가씨 대신 부제 어때요?"

박철우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터뷰
"가족 내 성차별적 언어개선 움직임 긍정적"
"정부 주도 언어개선 바람직하지 않아…의견만 제시"
  • 등록 2018-10-08 오전 6:00:00

    수정 2018-10-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가족내 호칭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시댁(媤宅)과 같이 남편쪽 집안은 높이고, 여성쪽은 낮춰 부르는 호칭이 과거 남성 중심의 유교문화의 잔재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철우(사진)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칭적이고 차별적 호칭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 중”이라며 “가족 내 남성과 여성의 평등적 지위를 나타내는 호칭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가정 내 성차별적 언어 개선안을 위해 국립국어원에서 진행 중인 연구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언어는 사고나 문화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며 “가족 내 호칭언어가 성차별적이라면 곧 과거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이었다는 뜻이며 지금은 또 문화가 바뀌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아가씨나 도련님, 서방님 등의 언어의 의미 자체보다는 비대칭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등 서구에도 귀족적 언어가 여전히 쓰이지만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아가씨와 도련님이 문제인 이유는 여성은 남성 집안 사람들을 높이는데 반대로 남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사돈도령이나 사돈아가씨는 같은 도련님과 아가씨지만 양가 모두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에 불평등한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처남이나 처제처럼 부남이나 부제로 부르자는 의견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며 “남여간 호칭이 대칭성을 갖도록 해주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족 내 호칭을 간소화하는 대안들이 제시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설프게 새로운 호칭언어를 제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호칭언어 개선에 있어서 정부가 의견 제시자 역할 이상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주도해서 어떤 언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 혹은 표준안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하게끔 열어둔다면 시간이 지난 후 서로가 자연스러운 호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