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화웨이 저격한 진짜 이유? "中 사이버첩보 견제하려"

미·중·북·러·이 '총성없는 전쟁' 고발
선거개입, 국가·기업인프라 공격 등
사이버무기 증폭하는 파괴력 경고
핵무기처럼 사이버행동규칙 필요해
▲퍼펙트 웨폰|데이비드 E 생어|536쪽|미래의창
  • 등록 2019-09-04 오전 12:45:01

    수정 2019-09-04 오전 12:45:01

뉴욕타임스 30년차 국방·안보전문기자인 저자 데이비드 E 생어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사이버무기의 위험성과 파괴력을 경고하며 미국과 중국·북한·러시아·이란 등이 벌이는 사이버전쟁을 빈틈없이 살펴냈다. 트럼프가 최근 중국 화웨이를 정조준한 이유 역시 언젠가 미국 네트워크에 침투할 위협으로 여긴 화웨이를 먼저 제거한 것이란 정황이 읽힌다(이미지=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보고서 한 건을 올린다. 이런 내용이다. ‘사이버무기로 미국 핵심 기반시설을 위협하는 국가들에겐 안보차원에서 핵무기로 대응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너무 심각해서? 천만에. 너무 시시해서! 그동안 사이버공격을 받은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북한이 덤빈 은행과 할리우드 영화사, 러시아가 치고 빠진 선거시스템 등등. 그렇다고 뭐가 파괴되길 했나 전사자가 있나. 근데 뭐라고? 핵전쟁 수준으로 사이버전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어이가 없네.

이런 트집을 단번에 일축한 이는 트럼프다. 강한 미국 만들기를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에 사이버전쟁에 임하는 방안을 대거 들인 거다. 그러곤 애지중지하는 트위터에 한 방 날리는 걸 잊지 않았다. “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러시아일 수도, 중국일 수도, 다른 나라나 단체의 소행일 수도 있고, 온종일 침대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몸무게 200kg쯤 되는 천재일 수도 있다고 했지.”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이 불거지자 쏘아붙인 소리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뭐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 건가. 사이버전쟁이 정말 벌어지고는 있는 건가. 글쎄 그렇단다. 그저 우리 눈에만 띄지 않을 뿐이지. 뉴욕타임스에서 30년 넘게 국가안보 관련 기사를 써온 저널리스트가 그 전쟁현장을 누볐다. 사이버시대 총성 없는 전투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종군기자’를 자처한 거다.

책은 지난 10여년 간 사이버무기가 작동한 양상을 망라하고 있다. 미국을 축으로 세우고 중국은 기본으로 깐 뒤 그 위에 러시아·북한·이란 등을 얹었다. 세계 수준급이란 북한 사이버부대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상하이 허름한 건물에서 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화이트셔츠의 중국 61398부대도 들여다봤다. 미국 기업·정부기관 등의 컴퓨터 시스템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날락하는 별동대라고 했다.

△핵보다 파괴적인 사이버무기

과거 70여년 간 펜타곤을 지켜온 막강한 프레임이 깨지고 있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여기서부터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만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에 비로소 의문이 생겼다는 거다. 적이 쳐들어온다면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사이버공격부터일 거란 내용이 미국 핵심안보전략 윗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고 했다.

얼마 전 트럼프가 중국 화웨이를 정조준한 ‘진짜 이유’를 추론할 근거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표면적으론 ‘미·중 무역전쟁’ 중 미국이 그저 중국의 심장부를 가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다르단 소리다. 실로 오랫동안 미국은 화웨이를 자국 안보에 엄청난 위협으로 여겨왔다는 게 그 출발이다. 화웨이가 생산하는 모든 장비와 제품,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컴퓨터 시스템과 결합한 통신네트워크 스위치에 이르기까지, 온통 비밀 ‘백도어’투성일 거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다는 거다. 중국이 언젠가 그 백도어를 이용해 미국 네트워크로 침투해 들어오고야 말 거라고. 결국 화웨이를 저격한 진짜 이유는 “중국의 사이버첩보를 견제하려고”가 답이란 얘기다.

편집증적 의심에 가깝지만 저자는 일면 타당하다는 점도 설명한다. ‘중국이 웬만큼 했어야지’ 말이다. 중국만큼 미국 네트워크에 들어가려고 안달이 난 국가도 없다니. “다른 나라를 전부 합친 것보다 중국의 사이버첩보활동이 많다” “중국이 어느 산업을 해킹하는지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미국 대기업에는 두 부류가 있다. 중국에 해킹을 당한 기업과 아직도 알아채지 못한 기업” 등등 쏟아지는 전문가 비난에도 주목했다. 미국도 참 대단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

그렇다고 ‘미국의 이중성’ 꼬집기를 피해 간 것도 아니다. 가령 ‘웜’ 바이러스. 해외 컴퓨터에 두루 웜을 심어대며 다른 나라 네트워크 망가뜨리기에 앞장서 온 미국이 어쩌다 중국·러시아가 심어놓은 웜을 찾아내기라도 하면 몸서리를 친다는 거다.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스토리에 공을 들인 까닭도 그거다.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이던 그가 방대한 국가안보국 문서를 훔쳐내기 전까진 미국에 그토록 ‘훌륭한’ 사이버무기가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으니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를 뚫어내는 기술, 미사일·인공위성을 무력화시키는 바이러스 등. 물론 미국인을 광분케 한 건 이들 무기보다 자신들 스마트폰에 남은 자잘한 흔적까지 빼내간 감시시스템이었지만.

△사이버행동규칙에 대한 협상 필요해

포탄이 날지 않는다고 평화상태인 건 아니란 점을 알아채라고 저자는 누누이 이른다. 이제 전쟁은 선전포고 없이 조용히 시작해 완전히 낯선 방식으로 진행할 테니. 파괴력을 증폭하는 사이버무기에 대해선 강력한 경고도 붙였다. 한마디로 방심하지 말란 말이다. 정확하게 보이지 않고, 공격주체가 모호하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그것이 사이버무기의 특징이니까. 무시무시한 버섯구름이 한 도시를 덮쳐야 뭐가 터졌구나 할 일이 아니란 거다.

그러니 그전에 사이버행동규칙에 대한 국가 간 협상이 필요하단다. 핵무기가 그랬듯 말이다. 다만 칼자루는 미국이 쥐었다고 했다. 먼저 나서서 자신들이 보유한 능력을 밝히고 한계를 지키겠단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말짱 꽝이란 얘기다. 갈수록 첨단화하는 사이버무기의 성능 때문이 아니다. 자신감을 잃어서란다. 이란은 원심분리기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었다지 않나. 북한은 누군가 발사시스템을 훼방한다고 의심하고, 펜타곤은 발사를 명령해도 미사일이 날아가지 않을 상황이 두렵다 하고.

이쯤 해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탄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4년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북을 만들 땐 내가 나중에 다른 나라 정부의 선거개입을 막는 일을 하고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페이스북 데이터가 2016년 대선에 악용된 일을 두고 내뱉은 소리다. 뒤늦게 러시아의 ‘팬시베어’란 집단이 페이스북에서 활동한 내용을 알았던 건데. 이런 광고가 있었다. 사탄이 예수와 팔씨름을 하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더란다. “내가 이기면 클린턴이 이기는 거야!” 과연 이를 페이스북이 가진 세계적인 영향력 탓으로만 볼 건가 말이다.

500쪽을 훌쩍 넘겼지만 부피감이 별로 없는 건 책의 미덕이다. 사이버전쟁 이야기가 세련된 무협소설처럼 읽힌다면 그건 세련된 칼 때문일까 황당한 무협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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