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증권거래세 폐지 결국 '없던 일' 되나

기획재정부, 2월말 용역보고서 마감 6월말로 늦춰
올 세제개편안 담길 지 미지수…거래세 `폐지` 없던 일로?
조세 원칙 vs 행정 편의주의…큰틀에서 제도개선 논의해야
  • 등록 2020-02-27 오전 2:00:00

    수정 2020-02-27 오후 7:13:39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작년 간신히 2%를 지켜낸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뚝뚝 떨어지고,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수년간 늘어나던 배당도 멈춰 섰다. 법인세 역시 예상보다 7조원가량 덜 걷히며 지난해 1조3000억원 세입이 펑크났다.

상황이 이쯤되자 기획재정부는 당초 2월 말로 예정한 ‘주식시장 과세체계 개편방안’ 용역 마감을 슬그머니 6월 말로 늦췄다. 당초 1분기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였던 개편방안은 오는 8월말 세제개편안에 포함될 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26일 “워낙 중요한 문제여서 (용역안을) 6월말까지로 연장했다”며 “세제개편안까지는 두 달 가량 시간이 있는 만큼 결과를 보고 (포함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용역을 맡은 자본시장연구원과 조세재정연구원은 여전히 ‘증권거래세 폐지’를 두곤 팽팽히 입장이 갈린다. 다만 두 곳 모두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도입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0.25%인 거래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대신 매매차익에 대해선 20%내외의 양도소득세를 물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양도소득세는 대주주 등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있다.

특히 5년 만에 세수가 구멍나며 안 그래도 부정적이던 거래세 폐지 견해는 기재부 내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거래세 폐지는 안 된다`는 입장엔 조세당국의 자가당착이 숨어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얻는 것은 안정적 세수 확보의 용이함이다.

한해 증권거래세로 걷히는 세수는 4조~7조원에 달한다. 거래세는 주식 매매시 손실이 나더라도 내야 하는 세금이다. 소득이 없어도 내야 하는, 조세원칙을 가장 정면으로 위반하는 세금인 셈이다.

증권거래세는 1963년 도입됐으나 자본시장 육성책 일환으로 1972년 폐지됐다가 1979년 다시 부활했다. 당시 투기적 거래를 막아야 하는데 양도소득세를 도입할만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재도입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기적 거래는 커녕 거래량이 줄어 걱정으로 거래세 도입 당시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실제 지난해 5월말 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 감소는 막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줄어서 걱정인데다 금융실명제가 완전히 정착돼 양도소득세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세제당국에선 (증권거래세가) 안정적이고 편한 세수확보 방법이어서 포기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자본연은 향후 2년에 0.05%포인트씩 순차적으로 인하한 이후 폐지하자는 입장으로 전해진 반면 조세연은 폐지는 불가하다는 생각이다.

이 가운데 자본연이나 조세연이 양도소득세 도입에 공감하는 이유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다. 주식 매매에 따른 차익에는 0.25%의 거래세 외에 세금이 단 한 푼도 부과되지 않기 때문. 1000만원을 벌든, 10억원을 벌든 거래세만 내면 된다. 손실이 날 경우 얻은 차익이 없으므로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익통산, 손실이연(손실이월공제)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손익통산을 두고 자본연은 주식외 펀드, 파생상품 등을 통합해서 봐야 한다고 보는 반면 조세연은 범위가 더 좁다. 손실이연 역시 자본연은 10년 혹은 그 이상 무제한으로 주장하는 반면 조세연은 일본과 같은 3년 혹은 5년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올해 5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조세연은 향후 3년까지의 이익가운데 500만원의 손실을 공제하자는 것이고, 자본연은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부과할 경우 개인 비중이 높은 국내증시 매력이 더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관과 외국인의 수익률에 비해 개인 수익률이 월등히 낮은 만큼 실제 양도세를 부과받을 만한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손실이연의 경우 국가가 주식투자의 위험부담을 일정부분 줄여주고, 개인과 국가가 같은 방향성으로 갈 수 있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선 금융의 가장 큰 역할이 서민 자산 축적과 노후생활 대비에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길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동안 땜질식 처방으로 얼룩진 금융세제 개편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번 `주식시장 과세체계 개편방안`의 거래세 폐지와 양도소득세 도입을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중과세 문제 해결과 모험자본 투자 확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기재부가 코로나19사태, 법인세 감소나 성장률 하락 등 어떤 이유에서건 증권거래세 폐지 불가를 고수한다면 세수 행정 편의주의가 조세 원칙보다 앞서는 코메디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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