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순위 20위권안에 다니는 최 모 과장은 올해로 직장생활 10년 차다. 서울에 있는 꽤 괜찮은 사립대를 나왔고 취업이 됐을 땐 친구들의 부러움도 샀다. 최 과장의 12월 월급명세서에는 교통비를 포함해 420만 원이 찍히지만 그의 손에 들어오는 건 365만원 안팎이다.
대출금·학원비에 늘어만 가는 마이너스통장 잔고
5.7% 이자율로 집 구매와 동시에 만든 마이너스 통장은 벌써 1500만원이다. 복리로 계산되는 마이너스 통장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달부터 월 55만원씩 갚고 있다. 더 이상 대출을 안 한다고 가정해도 30개월이 나간다.
우리사주도 이제 그에게는 부담이다. 4년 전만 해도 5만원을 웃돌던 회사 주식이었기에 우리사주도 배당받았다. 3만2000원에 회사가 50%부담하는 조건으로, 1만 6000원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분양받았지만 현재 주가는 9000원 선이다. 이익은 커녕 1000만원을 갚아야 할 지경이다. 퇴직금 중간정산 대신 이 역시도 24개월로 45만원씩이 들어간다.
고정비를 빼면 네 식구의 생활비로 90만원 정도가 남는다. 실제 네 식구의 생활비인 셈이다. 경조사라도 몰리는 달이면 까마득하다.
집을 살 때만 해도 대출은 받았지만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부양책에 그래도 지금보단 오를거란 기대가 있었다. 3억원에 샀던 집값은 제자리걸음이다. 주변 아파트를 보면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희망없는 내일, 종합적으로 살피는 정책 필요
최 과장은 직장인의 자회상이다. 이는 평범함 가장이자 외벌이 샐러리맨의 가계 대차대조표다. 그는 “열심히 일해도 항상 마이너스”라며 “체감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처참하다”고 말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제주체의 심리가 해결이 안 되면 정책효과도 미미할 수 밖에 없는데,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그런 형국”이라며 “소득을 소비할 수 없는 주거, 노후 불안, 일자리 불안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