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윤의 은퇴설계(3)]노후에 있어야 할 ‘진짜’ 집

  • 등록 2015-04-25 오전 6:00:00

    수정 2015-04-30 오후 6:04:28

“집 한 채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살 집은 있어야지.”

많은 이들이 말한다. 맞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살 집 한 채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집’의 의미가 요즘은 잘못돼 가는 것 같다. ‘살아야 할 집’이 ‘사야 할 집’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결국 우리의 노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재무설계상담을 하면서 ‘어떤 집이 진짜 집일까’하고 생각해보았다. 내 고향은 두메산골마을이다. 내 어머니는 스무 살에 시집와 58년째 그 집에 살고 계신다. 어머니는 58년 동안 살면서 당신이 사시는 집값을 알아본 적이 없다. 이 집을 팔아서 아이들 등록금에 보태야지, 아이들 장가갈 때 보태야지, 내가 늙어서 노후 자금으로 사용해야지, 내가 죽은 뒤에 사후 정리자금으로 사용해야지 하는 등의 생각을 해보신 적도 없다.

어머니의 집이 바로 진짜 살집이다. 비싼 집, 넓은 집, 좋은 집은 아니지만 이런 집이 있어야 한평생 집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가지고 있고 생각하는 집은 진짜 집이 아니다. 집 근처의 부동산 시세표나 인터넷에서 살고 있는 집의 시세표를 찾아본 적이 있다면 그것은 ‘살아가면서 집 한 채는 있어야지’ 하는 그런 집이 아니다.

단지 투자 자산일 뿐이다. 진짜 집은 오래 살수록 정들고, 돌아가고 싶고, 지친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그런 곳이다.

반면에 투자 자산은 매일 오르내리면서 ‘일희일비’하게 한다. 결국 그 집값이 얼마인가에 따라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수시로 뒤바뀌게 된다.

미국의 금융자격증 중에서 가장 인정받는 자격증이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공인재무설계사’라고 부르고 있다. CFP에서는 주택을 투자자산이 아니라 사용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돈이 떨어지거나 추가로 필요하면 처분해서 써버리는 자산이 아니라 가족들이 잠을 자고, 쉬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주택은 퇴직하기 전까지만 살고 퇴직 이후에는 팔아서 차액으로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그런 자산이 돼서는 안 된다.

라이프사이클을 분석해 보면, 젊은 시절보다 나이 들어 더 집이 필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가족 구성원이 변하면서 집의 크기도 늘어난다. 그리고 직장이나 교육환경에 따라 이동도 잦다. 따라서 내 집이 있어도 그 집에 거주하기 쉽지 않다. 반면 나이가 들면 거주지가 고정된다. 이사 다니는 것도 쉽지 않고, 가족구성원이 크게 변하지도 않는다. 그저 두 노부부가 맘 편히 살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 있으면 된다. 그런 집이 있어야 평생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행복한 노후는 행복한 의식주로부터 시작된다. 조금 비좁아도, 조금 멀어도, 조금 불편해도, 내 남은 평생 나를 든든히 뒷받침해 주고 나를 기다려 주는 그런 집 말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죽을 때까지 평생 살 수 있는 집한 채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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