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TRS 왜 지금에야?…도마 오른 금감원 `뒷북조사`

현대엘리, 2013년 TRS 손실 논란 시초…금융당국 5년간 무대응
뒤늦게 18개 증권사 전수조사로 안이한 대응 비판
‘관행적 업무’ 반발 의식…경징계로 마무리
  • 등록 2018-09-19 오전 4:00:00

    수정 2018-09-20 오전 9:34:00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그동안은 아무 얘기도 없이 보고만 있다가 이제와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엮는 건 또 뭡니까” (A증권사 관계자)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TRS) 거래 이슈가 대기업과 금융투자업계를 강타했다. TRS 거래는 지난 2013년부터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부당 지원 논란으로 이슈가 됐다. 하지만 5년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던 금융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년간 TRS 거래에 참여한 1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한 결과 17개사가 거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지난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증권사별로 KB증권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016360) 10건, 미래에셋대우(006800) 9건, 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BNK투자증권 8건, 신영증권(001720) 6건 등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TRS는 주식 매수자와 매도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파생거래다. 기업이 증권사와 특정 주식에 대한 TRS 거래를 맺으면 해당 주가 상승시 차익을 얻고 하락하면 손실을 입는 구조다. 대신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는다. 기업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일부 대기업 집단이 계열사를 편법으로 지원하기 위해 TRS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현대엘리베이(017800)터가 현대상선(011200)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해외 금융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가 손실금액이 불어나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004800)SK(034730) 등 대기업 집단의 부당한 TRS 거래를 조사하면서 공론화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증권에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이 다수 발견되며 현대증권을 인수한 KB증권이 부동의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관련업계는 안이한 인식과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금감원의 TRS거래 전수조사는 지난 4월 공정위가 TRS로 부당하게 계열사 지원에 나선 효성(004800)을 검찰 고발한 이후에서야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문제 삼는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지원 이슈가 불거지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실태 파악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종의 정권 코드맞추기인 셈이다. 심지어 금감원은 감독당국으로서 수년간 이뤄진 TRS 거래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허점도 드러냈다.

증권업계 역시 TRS가 파생상품인지 몰랐다고 항변하는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한 초대형IB증권사는 “일종의 (무위험) 대출 거래로 생각했고, 파생상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다수의 증권사가 실수한 만큼 다시 한번 새로운 금융상품 거래에 대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은 법 위반사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금감원의 뒷북조사는 결국 어정쩡한 제재로 귀결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그간 해당 업무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점을 감안해 경징계를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뒤늦게 법위반 문제를 파악한 금융당국과 법위반을 일삼은 업계가 책임을 지기보다 서로의 잘못을 덮기 위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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