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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6)씨는 지난 27일 이데일리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음식에도 ‘심리’가 있다. 설탕과 소금을 늘 멀리해야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저염·저당식에 대한 심리적 방어선이 깨졌다고 황씨는 설명했다. 그는 당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린 중심축으로 ‘백종원 레시피’를 꼽았다.
잘못된 식문화 ‘경각심’ 부각 화법
황씨가 지적한 ‘백종원 레시피’는 요리인이자 프랜차이즈 기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백씨가 출연한 음식·외식업 관련 프로그램과 프랜차이즈를 통칭한다. 쉽고 간편한 조리법으로 대중이 좋아할 만한 맛을 내야 하기에 달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 만들기’가 숙명인 프랜차이즈식 요리법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황씨의 주장이다.
황씨는 “외식을 할 때와 집에서 먹을 때 인간의 감각이 달라진다. 음식점에선 모든 감각이나 기분이 부풀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달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며 “반대로 식당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집에서 먹으면 짜거나 단맛이 너무 강해 맛이 없게 느껴진다. ‘백종원 레시피’는 외식업에서나 사용하는 것이지 가정에서 따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떡볶이는 맛없다”라는 그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과 맞닿아 있다. 고당·고염의 음식에 대한 경계심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맛없다’라는 표현은 단순히 정말 맛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맛(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 느끼는 감각)과 맛 비평가로서의 감각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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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떡볶이는 영양균형이 깨진 음식”이라며 “탄수화물이 많고 양념을 듬뿍 넣은 자극적인 ‘정크푸드(junk food·고칼로리에 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라고 했다.
“미식가 아닌 소신 있는 글쟁이”
황씨는 자신을 ‘미식가’가 아니라 ‘음식과 식문화에 대해 소신 있게 이야기하는 글쟁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유명해진 계기는 ‘수요미식회’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황씨는 “그 이전에는 다큐나 고발 프로그램에 주로 출연해 예능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 섭외가 왔을 때 처음에는 출연을 거부했는데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이 말을 보태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해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대중은 나를 맛있는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사람으로 소비했다. 우리나라 음식 문화와 관련한 책을 낸 지 9년이 됐지만 많이 팔리지 않았다. 글은 보지 않는다”며 “방송에서 ‘떡볶이가 맛없다’라는 앞뒤 다 편집된 부분만 보고 ‘황교익’을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백종원 레시피’에 대한 비평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백종원씨는 한국 외식업이나 식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영향력이 큰 분”이라며 “그런 사람이 만들어 가는 시스템에 대해 언급하고 글을 쓰는 것은 비평가로서 당연한 일이다. 관심 받기 위한 것이란 비난은 억측이고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치 평론가가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과 같다. 정치 평론가의 말이 버겁다고 해서 ‘저 사람은 문 대통령만 비평하니 기분 나쁘다. 비평하지 말아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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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을 ‘직업’이라 한 그는 “현재의 입장과 상황에 맞춰 유불리를 따져가며 일하라고 배우지 않았다”며 “양심과 소신에 따라 글을 쓰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2년 마산 출생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팀장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실 연구위원 △‘트루맛쇼’, ‘수요미식회’,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방송 및 라디오 출연 △현(現) 유튜브 황교익TV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