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주식매매 수수료 0%의 비밀

美·日 증권사 '0% 수수료' 내걸고 경쟁하지만
'초 단타족'에 개인 매매 정보 넘겨 손해 메워
  • 등록 2019-11-20 오전 5:00:00

    수정 2019-11-20 오전 9:09:0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돈이 오가는 세계에서 선의는 없는 법입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어느 업계보다 금융계에서 더 깐깐하게 지켜지곤 하죠. 최근 글로벌 증권사가 앞다퉈 ‘제로(0%)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사실 이 이면에도 무시무시한 대가가 숨어 있습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주식매매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Charles Schwab)을 비롯해 2013년 창업한 로빈훗이 그 주인공입니다. 일본에서도 SBI홀딩스가 3년 내에 주식 수수료를 무료로 하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합니다.

매체는 무료 수수료를 내건 증권사들이 종래 두 가지 방법으로 손해를 메웠다고 지적합니다. 첫 번째는 신용거래를 하는 투자자에게 이자를 받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주식을 공매도 세력에게 빌려줘서 이자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점점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종래의 방법으로는 손해를 메우기 부족하게 됐죠.

그래서 생긴 새로운 돈줄이 바로 초단타(High Frequency Trading·HFT) 족에 개인의 매매권리를 넘기는 것이라고 매체는 설명합니다. 이를 ‘페이먼트 포 오더 플로우(Payment for order flow)’라고 부릅니다. 개인이 증권사에 매수·매도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는 이 정보를 거래소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설거래시스템(PTS·대체거래시스템)를 통해 초 단타족에게 넘기고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죠. 주로 찰스슈왑과 로빈훗과 같은 온라인기반 증권거래업체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초단타 족은 이러한 주문 정보를 갖고 더 유리한 가격을 써내서 이득을 봅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몇 증권사들이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한국의 시장 상황도 이들의 시장 상황에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멸치 떴다’로 표상되는 메릴린치의 초단타문제가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제기된 바 있고요, 증권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수수료는 점점 낮아지고 있죠.

물론 한국은 아직 대체거래소(ATS)가 설립되지 않았고, 증권거래세율이 0.25%로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초 단타족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긴 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증권거래세가 0.25%인데 이걸 물고 초단타매매를 한다는 건 바보짓”이라며 “메릴린치처럼 단타 매매를 할 수 있지만, 메릴린치가 돈을 번 건 단타 매매 때문이 아니라 메릴린치를 추종매매했던 개인들 덕”이라고 짚기도 했죠.

다만 한국 역시 종국엔 알고리즘 투자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입니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미국·일본처럼 초 단타족을 위시한 알고리즘투자자들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얘기죠. 대체거래소에 대한 논의도 최근 부쩍 활발하고요. 아마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개인의 매매정보를 사고 싶은 초 단타족이 나타날 것이고, 뚜렷한 수익구조를 찾을 수 없는 증권사들이 그런 흐름을 타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투자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새치기’에 불만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과 큰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기울어져만 가는 형국입니다. 한국 역시 초 단타족의 시대가 되면 비슷한 일이 많아지겠죠. 그때쯤이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족보다 초 단타족이 더 원망스러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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