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앞날 내다보는 정책 만들겠다"…정치입문 선언한 홍성국

30년 증권사 한 길이었지만…"항상 정치 고민했다"
시급한 문제는 양극화…민주당만이 대안낼 수 있다 판단
소주성·52시간·'타다'…정부 방향은 맞지만 속도는 빨라
  • 등록 2020-02-25 오전 1:30:00

    수정 2020-08-11 오전 8:35:33

[이데일리 이슬기 김재은 기자] 그에겐 아쉬울 것이 없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었고, 그만한 부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 한 켠의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글도 쓰고 강연도 했지만 세상은 쉬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직접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17번째 영입인재이자 더불어민주당 초대 경제대변인인, 홍성국(57)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의 얘기다.

홍 전 사장은 “책도 쓰고 언론사 기고도 하고 할 만큼 했는데 하나도 안 바뀌더라”며 “방구석에서 훈수 둬봐야 뭐하냐는 생각이 들어 직접 법·제도를 바꾸는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전 사장을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그의 개인사무실에서 만났다.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17번째 영입인재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어떤 사건이 터지면 우르르 법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앞날을 예측해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치·경제는 분리 못해…정계 입문은 당연한 수순”

여의도에서 홍 전 사장은 말 그대로 신화로 통한다. 증권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만에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30년 대우맨’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그의 커리어는 증권사 한 길이다. 그래서 정계에 입문하겠다는 그의 얘기에 놀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당연한 귀착이라고 말한다. 홍 전 사장은 “경제와 정치는 분리할 수 없는 얘기”라며 “경제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사회 등을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경제상황은 바뀌었는데 해묵은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정치권의 모습에 그는 본격적으로 정계 입문을 결심했다고 했다. 홍 전 사장은 “보수 측에선 신자유주의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자유·상품·서비스·인력 등이 국경 제한 없이 넘나드는 것을 말하지 미·중 무역분쟁이 일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엔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고도 하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 내려라 올려라 얘기하지,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기업 만나면 하는 일이 임금 올리라는 압박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세상이 왔는데 모두 헛다리만 짚고 있으니 경제를 계속 봐 왔던 내가 직접 나서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사장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는 양극화 문제다. 지금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민주당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홍 전 사장은 “중상류층은 교육 등 문화자본을 통해 그들만의 단단한 유리바닥을 만들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이 경제 쪽 커리어를 가진 사람도 많지 않다 보니 진단과 해결법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은 충분하다는 점에서 모종의 대안을 낼 수 있는 세력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주성·‘타다’논란, 방향은 맞지만 속도는 빨라”

그러나 양극화를 해결하고자 여당이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 3700원으로 2017년 4분기(150만 4800원)보다 12% 감소하기도 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 소득은 같은 기간 12% 증가한 945만 8900원을 기록했다.

다만 홍 전 사장은 속도의 문제이지 문 정부의 방향성은 맞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홍 전 사장은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시스템 개혁을 다른 나라들은 70여 년에 걸쳐서 실시해왔지만 한국의 경우는 1년 만에 하니까 당장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착취에 가까웠던 최저임금 수준을 올리는 등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은 옳다”고 설명했다. 임금 상승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지금에야 선진국의 임금수준도 어느정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밖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타다’ 문제 등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홍 전 사장은 “컨설팅업체인 PwC가 매년 미국의 CEO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경영의 에러사항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하는데 매년 CEO들은 ‘과잉 규제’가 제일 문제라고 꼽는다”며 “팽창사회가 가고 수축사회가 오면서 제로섬게임이 됐고, 가만 놔두면 강자가 약자의 것을 다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전 사장은 “호주는 우버를 이용할 때 1호주달러를 걷어 영업 손해를 입은 택시 운전자에게 보상금을 주기도 하는 등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나름의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라며 “마냥 규제를 풀어주기엔 그 사이 운수업 종사자 25만명의 생계가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니 속도조절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간에선 홍 전 사장을 ‘미래학자’라고 표현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며 뛰어난 혜안을 보여줘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초대 경제대변인이 된 그는 앞날을 내다보는 정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다만 ‘미래학자’라는 말은 부끄럽다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

홍 전 사장은 “미래학자라는 별명은 너무 부끄러운 만큼 미래학생 정도의 위치로 앞날을 내다보는 법안이나 정책을 만들고 싶다”며 “어떤 사건이 터지면 우르르 법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앞날을 예측해 대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Δ1963년 충남 연기군 출생 Δ고려고·서강대 정치외교학 졸업 Δ1986년 대우증권 입사 Δ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법인영업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상무) △홀세일(WHOLESALE) 사업 담당 전무 △대우증권 미래연구소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 Δ2014년 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 취임 Δ2016년 미래에셋대우 사장 Δ2017년 혜안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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