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정부가 병행수입을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직전에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정품인증 단가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점 서비스여서 병행수입 업체들은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 정부가 영세한 병행수입 업체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 산하의 사단법인인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는 지난달 11월부터 병행수입 제품에 대해 정품임을 인정해주는 QR코드 서비스 가격을 장당 165원(부가세포함)에서 275원으로 66% 전격 인상했다. TIPA는 관세청의 병행수입통과인증제도를 대행하는 독점 업체다. 두 달 이후인 지난 1월 관세청은 병행수입의 통관절차와 허가 기준을 낮추는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한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QR코드 가격이 올라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정품인증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많은데 다른 대체할 수단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속 QR코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QR코드 가격 인상에 관여하지 않았고, 협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TIPA 쪽의 설명은 다르다. TIPA 관계자는 “협회는 관세청의 병행수입통과인증제도를 시행하는 대행업체일 뿐”이라며 “QR코드 단가 인상 역시 관세청과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TIPA에는 관세청 출신 인사가 적지 않다. 현재 김진영 TIPA 상근 부회장 역시 관세청 출신이다.
TIPA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QR코드 서비스의 매출이 예상보다 한참 못 미쳐 내부 적자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병행수입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가격을 다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행수입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또 다른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병행수입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여서 QR코드의 제조 단가는 더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을 앞둔 시점에 갑자기 가격을 대폭 인상한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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