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시행…학교수업 어떻게 바뀔까

고3 수능 준비 차질 우려.."교사가 학원 권할 판"
초등 1·2학년 영어교재학습 금지에 학원만 신바람
"선행학습 금지, 학원 규제 없이는 실효성 없어" 지적
  • 등록 2014-04-14 오전 7:13:33

    수정 2014-04-14 오전 7:37:27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오는 2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앞서는 선행 교육을 할 수 없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 시행령을 지난 9일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고2 수업에서 고3 과정을 미리 가르칠 수 없고, 내신 시험이나 중·고·대학 입학 시험에 교과 과정을 넘어선 문제는 출제할 수 없다. ‘방과후학교’에서도 교과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수업은 할 수 없다.

선행학습 규제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팽창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학교수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 이후, 학교수업은 어떻게 바뀔 지 진단해 봤다.

일반고 ‘멘붕’…“수능 생각하면 학원가라고 권할 판”

가장 혼란스러운 곳은 당장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교다. 특히 교과 과정 운영이 자유로운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매년 11월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 학교들은 고2 수업에 고3 과정을 미리 가르쳐 왔다. 교과 과정대로 수업을 하면 수능시험일까지 시험 범위를 끝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교육부는 고3은 학년제로 교과 과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1학기 중 2학기 진도를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이것만으론 선행학습 수요를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고교에선 3학년 1학기 안에 3학년 교과 진도를 마치는 방식으로 수업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학년부터 선행학습을 통해 수능을 준비해온 관행 상 선행학습이 가능한 학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사교육업체에 관해서는 선행학습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충남의 A고 교사는 “그동안 과목별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수능 준비를 돕기 위해 학교에서 방과후수업 등을 통해 선행학습을 해 왔지만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당장 수능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은 결국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B고 교사는 “그동안 2학년 때 수능 진도를 다 나가고 3학년은 수능과 연계된 EBS 문제로 수능준비를 해왔지만 이제 불가능해져 아이들은 수능 준비를 학원에서 할 수밖에 없어졌다”며 “고3 과정을 학년제로 운영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론 수능 준비를 학원에서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내신 시험 출제에 제한이 생겨 학생부 성적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험 문제를 낼 때 선행학습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심화 과정 출제를 피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C고 교사는 “결국 쉬운 문제 위주로 시험 출제가 이뤄질 것이고 대부분 만점을 받는 상황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초등 1·2학년 영어 교재수업 금지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면 초등학교 1·2학년생은 방과후학교에서 교재를 사용하는 영어 수업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 교과과정에는 영어 수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방과후학교에서 해당 학년에 편성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재를 사용하지 않은 놀이식 영어 수업은 허용’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초등 방과후학교에서 영어 수업은 인기 과목 중 하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해 방과후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은 4만 6400여명에 이른다. 교과 과정 수업을 택한 학생들이 13만38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이중 3명 중 1명은 영어 수업을 들었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크다. 서울 강남 C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그동안 방과후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들었고 아이의 만족도도 높았는데 학교에서 해주지 않으면 결국 학원을 보낼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학내 선행학습 금지가 학생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미영(가명·42)씨는 “그나마 방과후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따로 영어학원에 보내지 않았다”며 “영어수업을 중단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학원을 보내야 하는데 수십만원씩 하는 학원비를 감안하면 빠듯한 살림에 불가능한 얘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교사들은 “선행학습은 법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대입 제도와 교육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진 후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문제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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