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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상용화 시점으로 2019년 3월을 강조해온 터라, 정부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한다. 정부 메시지가 최종적으로 정리돼 발표되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현실적으로 이달 중 5G 단말기가 한국에서 출시되고 요금제도 나오는 게 쉽지 않다. 정부가 그럼에도 3월 28일 행사를 밀어붙인다면 시연 폰으로 행사는 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돈을 내고 사는 단말기나 서비스의 출시는 4월 이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가 ‘세계 최초’ 자존심 경쟁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는 소비자 편익과 산업 발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MWC에서 빛난 삼성의 기술력…하지만 3월 출시는 어려워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전시회인 MWC에서는 10개의 5G폰이 전시됐다. 이중 자체 칩셋을 장착한 5G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와 화웨이 ‘메이트X(5G 폴더블폰)’이 유일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에는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 9820’과 5G 모뎀칩인 ‘엑시노스 5100’이 들어가 퀄컴 일정에 종속되진 않는다. 하지만, 갤S10 5G 역시 워낙 새로운 기능들이 많아 정식 출시 전에 국내 상용망에서 테스트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월 출시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서비스되는 5G는 LTE와 연계해 쓰는 복합규격(NSA)인데, 갤럭시S10부터 기지국과 단말기에 여러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안테나를 사용해 속도를 높이는 미모(MIMO, 다중안테나 기술)가 더 고도화됐다는 점도 테스트에 시간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갤럭시S10 5G 단말기는 5G용 주파수(3.5GHz)뿐 아니라 LTE용 주파수인 1.8GHz, 2.1GHz, 2.6GHz도 수신해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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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뿐 아니라 5G 요금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SK텔레콤의 5G 이용약관(요금제) 인가를 반려했는데,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중·소량 데이터 이용 구간’에 대한 요금제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반려한 것은 SK텔레콤 요금제이나 신고사업자인 KT나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요금제를 준비했던 터라, 통신 업계는 충격에 빠져 있다.
5G가 상용화돼도 통신요금이 급격히 오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150만 원짜리 5G 단말기를 사는 사람이 중·소량 데이터를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 현실을 도외시 한채 ‘인가 반려 보도자료’까지 낸 것은 지나친 개입이자 여론 눈치 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통신 요금을 인가하면서 반려 보도자료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일정대로 3월 28일 상용화 행사를 하려면, 2주 정도 걸리는 기획재정부의 물가정책 심의 시간까지 고려할 때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기도 하다.
통신사 관계자는 “5G 요금제는 같은 데이터 량을 기준으로 하면 LTE보다 저렴하나 데이터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면서 “중·소량 데이터 이용구간의 요금제를 만들 순 있지만, 자칫 풀HD나 AR·VR 콘텐츠를 몇 건 봤더니 금방 데이터가 소진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5G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될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