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집단 트라우마’ IMF, 靑에서 왜 자꾸 회자될까

文대통령, IMF 경험 되풀이 안돼 강조 뒤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IMF 언급, 왜?
취업실패→비정규직→위기때 2차 타격 ‘악순환’
또 하나의 ‘잃어버린 세대’ 생길까 ‘우려’
  • 등록 2020-04-27 오전 5:00:00

    수정 2020-04-27 오전 8:25:41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IMF 위기 때 많은 일자리를 잃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업과 노동계, 정부가 함께 기업도 살리고 일자리도 살리는 길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13일, 문재인 대통령)

“많은 분들이 IMF 때의 세대를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릅니다. 자칫 잘못하면 올해 새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청년들이 그와 비슷한 상황으로 빠질 수가 있습니다.”(26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


이번 주 청와대에서 주목할 키워드는 ‘IMF’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IMF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리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한 국제기구의 이름은 아닐 겁니다. 지난 1997년 외화부족이 촉발한 ‘외환위기’가 가져다준 집단적 트라우마의 경험입니다. 기업의 줄도산, 금모으기 운동도 눈에 선하지만, 가장 아픈 것은 실직의, 취업 낙방의 기억일 겁니다.

IMF, 잃어버린 세대의 등장

이같이 20년도 더 된 집단 트라우마가 최근 청와대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언급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문 대통령은 IMF 실직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6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 메시지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IMF 때의 세대를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른다”면서 “자칫 올해 새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청년들이 비슷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니까, 황 수석이 표현한 ‘잃어버린 세대’는 1990년 후반 IMF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을 때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청년들의 세대를 뜻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세대가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는 것은, 국가가 IMF를 극복한 뒤에도 이 세대의 상처는 계속되고 있다는 암시입니다.

잃어버린 세대가 생겨나는 매커니즘은 이렇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입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대기업, 정규직 등 안정적 일자리를 얻는 것이 어려워져 덜 안정적이고 수입이 적은 일자리를 갖게 됩니다. 이 경우 향후 경기가 다시 불안해지면 더 먼저 타격을 받게 됩니다. 세대간 격차를 따라잡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IMF 세대에 해당하는 현재 40대가 경제 부진 때마다 유독 휘청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분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사회생활을 시작한 현재 40대는 덜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 경우 경기가 불안하면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전체적인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40대의 고용상황은 부진했었죠.(‘주간 문재인’ 2019년 12월 22일자 참고)

정부는 그래서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할 청년 세대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울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황 수석은 26일 “청년들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일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을 때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를 언급했습니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공공부문이 만들어내는 일자리 기회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55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삐끗’한 청년이 힘든 나라

궁금해지는 것은 IMF 세대의 실체입니다. 정말 IMF 세대는 그 이유 때문에 아직도 고통받고 있을까요. 관련 연구마다 분석은 소폭 엇갈립니다만, 오늘은 지난 2018년 11월 발간된 한국은행 보고서를 소개하겠습니다. 당시 김남주 한은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당시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기에 극심한 취업난을 겪은 세대는 중장년이 되어서도 취업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 가운데서도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취업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호가 엄격한 데 반해 취업준비생에 대한 지원은 뒤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업훈련, 고용 인센티브 등 적극적 노동정책에 정부가 힘을 쏟을수록 청년기 실업이 중장년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적극적 노동정책에 들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0.231%)이 21개국 중 20위로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청년기(20~29세) 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 35~39세, 40~44세가 됐을 때도 각각 146명, 35명,19명은 여전히 실업상태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규직 고용보장이 강할수록 청년기 실업이 중장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6위였습니다. 일단 정규직이 되면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없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일 수 있게 하는 요소입니다.

이 변수로 분석하면, 청년기 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일 때, 35~39세일 때, 40~44세일 때 각각 86명, 12명, 3명이 여전히 실업상태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반면 고용보호가 가장 취약한 미국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재 정부는 이미 취업한 사람들의 실업을 최대한 막는 한편, 청년층의 취업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요.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정책은 각각 ‘잃어버린 세대’ 심화시키고, 완화시키는 변수입니다. 잃어버린 세대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먹힐지 두고 볼 일입니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현장면접을 기다리던 취업준비생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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