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 교재를 4000원에"..'불법복제 천국' 된 대학가

"4만원 교재를 4000원에" 불법거래 성행
대학생 95% “물가인상 체감한다" 응답
종이책보단 전자문서 익숙한 학생 다수
출판계 “불법복제 단속, 근절교육 절실”
  • 등록 2023-03-24 오전 6:00:00

    수정 2023-03-24 오전 8:25:22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불법 복제물이 새책 가격의 10% 정도라서 어쩔 수 없이 (불법복제 파일을) 구입했어요.”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최근 전공교재의 불법 복제 파일을 4000원에 구입했다. 전공교재 가격은 한 권당 약 4만원으로 학기 중 필요한 교재를 모두 정품으로 구입할 경우 30만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A씨는 “고물가에 책값이 부담스러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저렴한 전자문서(PDF) 파일을 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동아리소개제가 열린 서울대학교에서 재학생 및 신입생들이 홍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에 불법 복제하는 대학생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생들 사이에서 전공교재를 스캔한 뒤 이를 불법 파일로 판매하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다. 통상 정가에 교재를 구입한 학생이 스캔 파일을 만들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다수에게 판매, 책값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2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불법복제물 이용률은 20대(29.8%)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최근의 물가 인상도 대학생들의 불법 복제를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이날 발표한 대학생 2076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의 물가 인상을 체감하는가’란 질문에 95.1%(1975명)가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물가 인상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교재비 지출을 줄이는 학생도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는 “워낙 전공 서적이 비싸기도 하고 요새 생활비 부담이 커서 불법 복제물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불법 복제물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기자가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맨큐의 경제학 원론 PDF파일(불법복제본)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글을 올리자 2~3분 동안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가장 처음 댓글을 단 이용자에게 쪽지를 보내 거래를 시도했다. 거래가 성사된 뒤 5000원을 입금하자 판매자는 즉시 불법복제물 파일을 보내왔다. 구매 시도부터 실제 구매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3일 기자가 한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법복제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출판업계 “단속과 저작권 교육 필요”

대학생 중 다수가 종이책보단 전자문서가 익숙한 세대란 점도 불법 복제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박모(21)씨는 “종이책은 무겁고 내가 보려는 부분을 찾기도 어렵다”며 “반면 태블릿은 휴대가 편하고 북마크를 지정하면 원하는 부분을 빨리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불법복제가 성행하면서 출판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 16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대학가 불법복제 근절 캠페인을 열었다. 이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대학가 불법복제가 학술·출판계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토로했다.

출판업계는 정부의 엄격한 단속과 불법복제 근절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류원식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정부가 신학기 대학가 집중단속 등으로 불법복제 근절에 나서야 한다”며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저작권 교육 등을 실시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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