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눈뜨고 당하는 간접흡연…길거리도 위험지대

옆집 베란다, 회식 후 노래방 등 곳곳이 금연 사각지대
"간접흡연 개인간 분쟁 늘어..손해배상 위한 법적 근거 마련해야"
  • 등록 2014-02-27 오전 7:30:00

    수정 2014-02-27 오전 8:39:40

비흡연자들에겐 길거리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간접흡연은 아파트부터 노래방, 당구장, 버스 정류장 등 곳곳에서 이뤄진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강북의 한 복도형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김연수(30·여)씨. 그는 얼마 전 옆집 남자가 40대 초반의 여성과 복도에서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파트 경비원이 올라온 뒤 다툼은 끝났지만 이 여성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담배를 피우려면 안방에서 문을 닫고 피우던가”라고 투덜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옆집 남자가 베란다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간 탓에 윗집과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김씨도 옆집 남자가 베란다에서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불쾌했지만 이웃과 다툼을 벌이기 싫어 참고 지내던 터여서 내심 통쾌했다.

김씨는 비흡연자다. 담배를 배운 적도, 배울 생각도 없다. 그러나 하루 종일 담배연기를 마시며 보낸다. 그가 원하지 않는 담배연기를 처음 맡는 곳은 출근길 마을버스 정류장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은 흡연실이 된다. 20대 청년부터 50~60대 중년 남성들까지 한데 모여 피워대는 담배연기는 정류장 주변을 안개지대로 바꿔 놓는다.

회사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김씨 회사가 입주한 건물은 수년 전 금연빌딩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몇몇 간부들은 저녁 회의시간엔 종이컵을 가져다 놓고 ‘줄담배’를 피워댄다. 경영지원실에서 수차례 경고문을 붙이고 공지를 올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자화장실에도 간혹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여직원이 있다. 범인이 누군지는 안다. 하지만 건물내 흡연실을 이용할 수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워 물 수도 없어 화장실에 담배를 피우는 동료에게 잔소리를 하기 민망해 참고 있는 중이다.

김씨가 흡연자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가 단골로 이용하는 회사 근처 커피 전문점 앞 거리엔 커피잔을 들고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사람들이 많다.

“가게 안에 흡연실이 있는데 왜 문 앞에서 담배를 피워 민폐를 끼치는 걸까?” 담배를 피우는 동료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신들도 담배연기 자욱한 흡연실은 싫다는 것이다. 환기시설이 제대로 설치된 흡연실은 찾기 힘들다고 한다.

최악은 회식 후 단골코스인 노래방이다. 올해 1월부터 100㎡(30평)이상 규모의 음식점과 주점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단속 대상이지만 노래방만은 아직도 흡연자들의 천국이다. 식품위생법상 음식점도 아니고 PC방처럼 국민건강증진법상 게임시설도 아니어서다. 얼큰하게 취한 동료와 상사들은 마이크를 내려놓으면 바로 담배를 피워문다. 천정의 환풍기는 돌아가기는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워도 분위기를 깰까 봐 참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방독면이라도 착용하고 싶은 게 김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사방이 트인 길거리도 위험지대다. 김씨의 친구는 ‘불똥 테러’를 당할 뻔했던 아찔한 얘기를 전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의 친구는 일찍 결혼해 5세 아이가 있는데, 아이와 길을 걷다 앞서 가던 행인이 피우던 담배에서 튄 불똥이 아이 옷에 떨어져 옷에 구멍이 났다고 했다. “불똥이 아이 눈에라도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냐”고 항의하는 친구에게 그 행인은 길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냐고 되레 역정을 냈다고 했다.

김성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간접 흡연으로 인한 개인 간의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파트 베란다처럼 사적 공간내 흡연이라도 주변에 피해를 끼친다면 제재할 수 있도록 선언적인 차원에서라도 법에 근거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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