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은행 주담대 막히니…2금융권 10%로 내몰리는 대출자들

[가계부채 폭탄 째깍째깍]②
서울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정부 머쓱할 정도
대출 풍선효과 현실화…가계부채 질 더 나빠질듯
  • 등록 2017-11-29 오전 5:30:00

    수정 2017-11-29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40대 초반의 직장인 이모씨는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2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입지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32평짜리의 아파트 시세는 7억 중반대가 넘는다. 이씨는 “너무 큰 돈이지만 서울 중심부에 있어서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가 가진 돈은 4억원 중반이 채 안 된다. 매매가만 3억원 넘게 부족하다. 여기에 취득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인테리어비도 만만치 않다.

이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에 가서 대출 상담을 받았다. 상담 후 이씨의 솔직한 속내는 ‘억울함’이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일단 은행에서 가능한 주택담보대출금이 3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집값의 40%까지밖에 안 돼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60%까지는 받았는데, 확 줄었다.

대출금리도 올랐다. 우대금리를 다 적용해도, 3.6% 남짓 나왔다. 1년새 1%포인트 넘게 급등한 것이다. 2억원 중후반대 정도 대출 받을 경우 30년 균등 분할 상환으로 이씨가 내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계산해보니, 대략 월 160만원 정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씨는 말한다. “1년 전만 해도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었을텐데, 왜 그때 머뭇거렸나 싶습니다.” 그나마 제2금융권까지 손을 안 벌려도 된다는 생각에 다행이라고 한다. 2금융권 주담대 금리는 최고 10% 정도로, 이씨가 빌린다면 매달 이자만 200만원 중반대는 된다.

이씨는 일단 은행에서 주담대를 최대로 받은 후 부족분은 신용대출로 메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高금리 감수하고 집 산다”

최근 가계대출 지형도는 이씨의 상황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은행권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권 신용대출 혹은 제2금융권 주담대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비(非)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총 309조1339억원을 기록했다. 그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11.3%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동시에 지난해 1월(10.7%) 이후 최저치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감독을 강화한 영향이다.

다만 2금융권 내에서도 주담대 증가율은 15.8%로 예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15.9%) 이후 10개월째 두자릿수 급증세다.

이는 은행권 주담대 문턱에서 밀려난 이들이 2금융권을 찾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율이 지난해 6월~12월 7개월간 두자릿수 증가하다가 한자릿수로 급락한 시기와 맞물려, 2금융권의 주담대가 급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2금융권 주담대 증가율은 3.1%에 불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高)금리를 감수고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집값은 정부 대책이 머쓱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시에 따르면 저축은행 주담대 금리는 10%가 넘는 곳도 있다. 1억원 이상 빌리면 이자만 월 100만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통상 3% 중반대 안팎인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를테면 안국저축은행 주담대 상품의 금리는 최고 10.5%다. 삼정저축은행(11.0%) 남양저축은행(11.0%) 예가람저축은행(9.0%) 키움YES저축은행(8.0%) 등도 마찬가지다. KB저축은행의 상품 역시 7%가 넘는다. 주담대는 그나마 담보가 있지만, 2금융권 신용대출은 저(低)신용자일수록 최고 30%에 가까운 금리가 매겨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 기타대출이 급증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9월 기타대출의 증가율(10.4%)이 거의 9년 만에 처음 두자릿수대로 오른 것은 주담대 통로가 막힌 이씨의 경우와 밀접하다. 부족한 주거비를 신용대출로 마련하는 징조가 보인다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일반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4.22%였다. 주담대 금리(3.32%)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가계부채의 질 더 나빠질듯

문제는 이런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이다. 주담대는 가계부채의 ‘몸통’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전체 은행권 대출 중 주담대 비중은 무려 76.3%로 추정된다. 비(非)주담대(9.8%) 혹은 신용대출(13.9%)보다 훨씬 높다. 주담대 조이기는 곧 가계부채 총량 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이로 인해 가계부채의 질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담대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거나 조건이 좋지 않은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대책으로 금융기관의 안정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가계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밀려내려온 대출자들에게 또 떠밀린 취약계층은 등록조차 되지 않은 대부업체 같은 제도권 밖으로 나갈 위험도 커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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