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신흥국 긴축만이 살 길…장기전 땐 韓도 낙관 못해"

`여의도 비관론자`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무역보복·금리인상, 경제 넘어 외교·안보·헤게모니와 관련
80년대초 플라자합의, 90년대후반 亞외환위기와 닮은꼴
高성장에도 감세+재정확대…통화긴축 장기화 대비 포석
强달러도 장기화…세계경제 각자도생, 한국도 새 판 짜야
  • 등록 2018-08-21 오전 6:27:08

    수정 2018-08-21 오전 6:27:08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단순한 경제논리를 넘어 거대한 헤게모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이어 러시아, 이란, 터키까지 미국과 반대편에 서 있는 진영을 하나씩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는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한국 역시 안전지대에 있다고 낙관할 수 없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여의도 본사에서 가진 1시간여의 인터뷰를 가진 김 센터장은 우리도 장기전에 대비한 새로운 판 짜기에 나서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터키 공격·호주 끌어안기는 진영논리…홍콩도 위험”

김 센터장은 이렇게 중국을 타깃으로 삼은 트럼프가 이후부터 노골적으로 진영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방이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를 공격한 것도 터키가 러시아 미사일체계인 S400을 수입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봤다. 터키가 S400 수입을 결정하자 곧바로 F35 전투기 판매를 없던 일로 했고 이후 터키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중국과 극도로 가까워진 호주가 반중(反中)정책으로 돌아서자 트럼프는 1조달러 인프라 투자계획에 호주를 참여토록 하는 특혜를 줬다. 김 센터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미 이를 차곡차곡 준비해 온 트럼프가 전세계를 상대로 속내를 감춰 왔다며 “매우 전략적인 인물”이라고 경계했다.

김 센터장은 이제 트럼프가 한 나라씩 차례로 때려서 어려워지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터키로 이어지는 타깃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라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완전한 개방경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달러화에 페그되는 환율을 쓰고 부동산 버블이 큰 홍콩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나 증시는 꽤 오랫동안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 정부는 이미 내년도 국방비 지출을 7100억달러까지 늘렸고 우주군까지 창설하려면 1~2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출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며 “그 기간동안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증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경제 각자도생의 길로…신흥국 살 길은 긴축뿐”

미국의 독주 속에 향후 글로벌 경제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물러나면 유로존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대신 재정지출을 늘릴 것이고 일본은 경제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점쳤다. 반면 중국은 긴축으로 가야할 때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긴축정책으로 성장률을 조금씩 낮추면서 안정적으로 가야하는데 민도(民度)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런 전제를 받아 들인다면 이제 관건은 신흥국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긴축 외에는 답이 없다”는 김 센터장은 기준금리를 계속 높이거나 외환시장 개입 없이 시장에 따라 자국통화 가치가 치솟도록 내버려 두거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긴축해야 곧 경기도 살아날 수 있으니 당장 눈앞의 경기는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러시아가 흔들릴 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외환보유고를 단 한 푼도 안 풀고 루블화 가치가 반토막 나도록 내버려 둔 것이 위기를 막은 비결이었다”며 “터키도 지금 금(金)모으기 운동 대신에 바로 긴축에 나서면 최악의 위기는 면할 수 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를 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韓, 장기전에선 낙관 못해…여·야 초당적 해법 합의해야”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 센터장은 “미국의 이같은 행보가 단기전이라면 한국은 신흥국 중에서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국가이겠지만 지금은 장기전일 수 있다”며 우리도 안전하다고 낙관만 할 수 없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새 판 짜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체력이 약화된 상태라 높은 외환보유고만 믿고 있어선 안된다”고 전제한 뒤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위기나 국민연금 고갈 우려를 둘러싼 논란, 위험수위에 달한 가계부채 등이야말로 저(低)성장 구조와 인구 고령화, 사회 불평등 등 우리 경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재정을 아무리 풀어도 막을 수 없는 만큼 여·야가 경제에 관한 한 당파적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초당적인 해법을 찾는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차피 개헌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 참에 의회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의회가 경제 해법을 찾는 노력에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