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는 현재 중국 지리(Geely)자동차의 자회사다. 이바야는 로터스가 2015년 지리에 인수된 후 중국 자본으로 탄생한 최초의 모델이다. 즉, 아담은 중국 지리차이고, 그의 갈비뼈를 뽑아 만든 이브는 영국 로터스인 셈이다.
이바야는 무려 2,000마력에 토크는 1,700Nm을 자랑한다. 800kW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경량화의 달인 로터스 답게 무게는 고작 1,680kg이다. 그리하여 0-100km/h는 3초 이내, 100-200km/h도 3초 이내이다. 참고로 페라리 F8의 100-200km/h 가속력은 4.9초다.
더 대단한 것은 충전 속도다. 전기차는 긴 충전시간 대비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이었다. 윌리엄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이 개발한 충전장치는 800kW 충전량을 단 9분 만에 완충한다. 2020년 양산 목표라 현재 개발 중이다. 만약 기존 충전시설인 350kW를 이용한다 해도 80% 채우는데 고작 12분이 걸린다. 100%까지는 18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충전된 후 WLTP(국제표준 배출가스시험 방식) 기준 400km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은 세금 포함 약 25억원이다. 억! 소리가 난다.
디자인에서 비례(Proportion)는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미의 기준을 종종 비례에서 찾는다. 이바야의 비례는 미드십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한다. 통상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미드십 레이아웃에서 프런트 오버행은 길 수밖에 없다. 커다란 인터쿨러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바야는 극도로 짧은 오버행이 인상적이다. 이바야는 전기차다. 인터쿨러가 커야 할 필요가 없다. 4개의 인 휠 모터를 달았고, 배터리는 센터터널에 넣었다. 패키징 디자인에서 공간의 여유가 넘쳐나는 상황이니 오버행을 맘껏 줄일 수 있다. 오버행이 줄어들어 비례는 매우 콤팩트해 보인다. 로터스 혈통답다.
이바야 역시 측면 패널에 에어 플로를 역동적으로 관장하는 형태가 존재한다. 이를 벤투리 터널(Venturi Tunnel)이라 명명했다. 벤투리 터널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벤투리(G. Venturi, 1746-1822)의 이름을 딴 장치다. 유체가 흐르는 관의 단면적이 좁아지면 기압이 낮아져 유속이 빨라지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바야에 자리 잡은 벤투리 터널은 공기의 유속을 빠르게 해서 후방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다운 포스는 늘리고, 와류는 줄인다.
빨간 LED의 리어램프는 벤투리 터널과 네거티브 섹션을 만나 사이버네틱 아트(Cybernetic Art 미적감각이 가미된 기계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기계인 이바야가 마치 숨을 쉬는 유기적 존재처럼 보인다. 기능의 형상화가 매우 잘된 디자인이다.
모든 구성요소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기능을 중시하는 실용성이 로터스 정신이란 의미다. 달리 말해, 기능에 충실할 뿐 장식적 요소는 배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터스 대표 모델 Elise, Exige의 인테리어는 알루미늄 뼈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인데도 센터패시아는 장식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로터스 정신을 대표했던 사례다.
이바야는 글로브 박스 따위는 과감히 없애 버렸다. 센터 패시아는 품는 대신 연결로, 송풍구는 따로 빼내어 대시보드 부담을 덜어줬다. 기능적 쓰임새를 제외하곤 틈과 여백은 모두 덜어냈다. 뼈대만 남았지만 앙상하진 않다.
클러스터와 연결된 대시보드 브릿지도 송풍 터널의 기능을 빼고 남을 법한 여백은 모두 덜어냈다. 마치 바우하우스 시절 철제 프레임에 가죽을 이어 만든 바실리 체어 같다. 싸고 쉽게 만들기 위해 제작됐지만, 의외로 아름다워서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센터 패시아의 디자인 특징으로 허니콤(Honey comb) 패턴을 들 수 있다. 람보르기니가 주로 쓰는 방식이지만, 로터스는 모더니즘 스타일로 변화시켰다. 장식은 배제하고 간결하며 직관적인 기능을 챙겼다. 한 가지 용도만 챙기면 로터스가 아니다. 터치식 패널은 버튼 간 물리적 구분이 없어서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바야의 터치패널은 허니콤 형태에 오목한 3D 형상을 입혔고, 햅틱 반응은 기본으로 해 오작동을 줄이는 용도까지 챙겼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도 다용도의 로터스 정신을 볼 수 있다. 전면부는 총 5개의 에어 인테이크가 있다. 하단의 3개가 중심적인 역할을 힌디. 중앙의 것이 센터터널의 배터리를 냉각시키고, 양 측면의 것은 브레이크 냉각과 더블어 프런트 에어터널을 형성한다. 이를 들여다보면 액슬이 F1 머신처럼 보인다. 단순하지만 제작하려면 복잡하고, 완성됐을 땐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기능적이다.
내연기관을 단숨에 뛰어넘는 놀라운 성능과 더블어 기능적 아름다움까지 챙겼다. 기능적 아름다움은 형태가 단순히 기능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것이다. 형태는 기능과 동등한 입장에 서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아담과 이브의 조화로운 결과물은 25억원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