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했다. 역대 최대(1060원) 상승폭인 이번 인상은 2007년 12.3% 인상 이후 11년 만에 두자릿수 상승이다. 이번 인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는 내년도 추가 임금 보전액을 최소 11조2400억원에서 최대 15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애초 155원(2.4%) 인상한 6625원을 주장했던 경영계,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중견기업연합회 “간신히 회복한 경제, 다시 발목 잡을 것”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즉각 반발했다. 중기중앙회는 16일 공식 논평을 내고 “새 정부의 공약을 감안하더라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높은 수준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불능력이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이번에 결정된 역대 최대의 인상폭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물론 기업계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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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계로는 외식업이 꼽힌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발표한 ‘최저임금 1만원 적용 시 외식업계가 맞게 될 변화’에 따르면 외식업계가 현재의 인건비 비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현재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인건비 부담이 대폭 가중돼 2년 후 점주의 수입이 직원의 급여보다도 적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식업의 경우 ‘종사자 4인 미만’인 영세 사업체가 전체의 약 87.4%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액에서 식재료비(40.6%), 인건비(17.6%) 등 고정비용이 82.5%를 차지할 만큼 수익구조가 취약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따른 실질임금 무용론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 외에 인플레이션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며 ‘택시업계 최저임금제’를 사례로 들었다. 실제 2010년 택시업계는 서울, 부산 등 7대 도시에 이어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택시기사 최저임금제를 확대 도입했다.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는 사납금 또한 함께 인상돼 택시기사들의 실수입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즉 명목상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 또한 줄줄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면 실제 의도했던 생활개선 효과는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한 서울시 택시업계 관계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납금이 함께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구조”라며 “지난해 ‘택시발전법’ 시행으로 기사들의 근무여건이 개선된 것처럼 단순 임금 상승이 아닌 노동·복지 측면에서의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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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전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논쟁의 본질은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감당할 수 없는 (소상공인)계층이 최저임금 인상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현재 막론할 것 없이 최저임금이 상식적인 논리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사회적 신뢰만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