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대의 컬처키워드] 띠예, 동치미무 먹다 '혐오' 당했나

유튜브 휩쓰는 '키즈 먹방'
크리에이터의 꿈인가? 부모의 욕심인가?
키즈 유튜버를 혐오하는 이들도 등장
  • 등록 2019-01-28 오전 6:00:00

    수정 2019-01-28 오전 6:00:00

유튜브에서 ‘키즈 먹방’을 검색하면 22개월 아이부터 10세 초반의 소년소녀까지 다양한 먹방 영상이 뜬다.(사진=유튜브 캡처)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카메라 보고 안녕해야지.” “싫어.” 네 살 아이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찍힌 영상이 어떻게 방송되는지 의식하지도 못할 나이다. 졸음 가득한 눈에는 먹고 싶은 욕심, 자고 싶은 마음이 엇갈린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먹는 모습이 귀엽다는 반응 일색이다.

최근 유튜브에 유행처럼 번지는 영상이 있다. 바로 ‘키즈 먹방’(아이 먹방)이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다. 유행처럼 유튜브에서 번지고 있는 아이들의 먹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는 컬처키워드의 하나가 됐다.

먹는 음식도 다양하다. 어린아이가 먹기 어렵다는 홍어부터, 빵·마카롱·과자 등 웬만한 음식은 다 있다. 형식도 비슷하다. 씹는 소리로 청각을 자극하는 ASMR 형식부터, 양과 이벤트로 승부하는 대식 영상까지. 먹방을 하는 성인이 먹는 음식, 방송 스타일 그대로 키즈 먹방에 등장한다.

키즈 먹방이 유튜브에 번지는 게 이상현상도 낳았다. 아이로 돈벌이에 나선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아이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는 말은 어찌 보면 ‘추억강요’일 수 있다. 맵고 짜고, 양이 많고 모양이 특이한 음식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은 학대 논란마저 불거진다. 불닭볶음면 챌린지 같은 일부 영상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다포도 먹기에 도전한 초등학생 유튜버 띠예.
키즈 먹방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열한 살 소녀 초등학생 유튜버 띠예 논란에서 드러난다. 띠예는 바다포도, 머랭쿠키, 식용색종이, 동치미 무를 맛있게 먹으면서 씹는 소리를 들려주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초 띠예가 바다포도를 먹는 4분 47초 분량의 영상 하나만 무려 1000만 클릭을 넘어섰다. 별다른 말도 없다. 그저 입안에서 톡톡 씹는 소리만 나는 ASMR 영상이다. 이례적인 관심을 받자 띠예를 시기하고 심지어 혐오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띠예가 동치미 무를 먹는 영상을 포함해 머랭 먹는 영상 등이 연이어 유튜브에서 사라졌다. 띠예는 후에 “동치미무 ASMR이 신고당한 거였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왜 신고를 당했는지 알아보신대요”고 상황을 밝혔다. 유튜브 이용자들은 “누가 신고한 거냐” “띠예가 상처받을까 염려된다”며 걱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알고 보니 띠예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관련 영상이 문제 있다고 신고한 탓이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띠예 저격’이라는 단어가 올라올 정도다.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영상에 등장하는 유명 유튜버를 신뢰하게 되고, 이들의 먹방을 일상으로 착각해 따라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한다. 키즈 먹방을 만드는 이들도 자극적 영상보다 최소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일부 키즈 먹방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요즘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키즈 먹방은 만든 이나 보는 이나, 이들이 가진 욕망을 투영한 산물이다. 아이의 때 묻지 않은 미소에도 이처럼 각기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키즈 먹방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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